[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노트북 크기 슈퍼컴퓨터, 휘고 감는 웨어러블 기기 등장 예고… 삼성 반도체기술 초격차 실현]
게르마늄이 입혀진 실리콘 웨이퍼표면에서 성장한 단결정 그래핀(왼쪽)과 그래핀 웨이퍼의 실제사진(오른쪽) 그래핀 웨이퍼 표면의 가상이미지./사진제공=성균관대
“100배 빠른 반도체, 투명 전극,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생체 센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공동으로 그래핀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합성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덕분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그래핀을 생산하고 활용하는데 걸림돌이 됐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것이어서 상용화시기를 대폭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 노트북 크기 슈퍼컴퓨터,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가능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연필심으로 쓰이는 그래파이트(graphite, 흑연)와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가 합쳐진 용어다.
일반적으로 탄소는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 네 개의 팔을 가져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자재로 연결될 수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화합물을 형성한다. 특히 흑연은 탄소를 6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쌓아올린 구조로 돼 있다. 그래핀은 흑연을 가장 얇게 떼어낸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핀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뛰어난 특성 때문이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다. 또 탄성이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지금보다 100배 빠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노트북만한 크기의 슈퍼컴퓨터가 출현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이런 반도체를 탑재하면 성능과 속도가 대폭 향상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왕국의 철옹성을 한 겹 더 쌓은 셈이다. 특히 전류 누설 등의 문제로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 미세회로 공정도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 소재로는 10나노가 기술적 한계로 인식되지만 그래핀을 활용하면 10나노 이하 공정도 가능하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전자는 2012년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발,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래핀은 단 한 개의 탄소층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매우 투명하고 자유롭게 구부러질 수 있으며 신축성이 뛰어나다. 이를 활용하면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고 투명한 전극도 가능하다. 또 태양광에 활용하면 지금보다 광효율이 대폭 개선돼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 직원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 대면적 그래핀 상용화 기술 어떻게 개발했나
지금까지 그래핀은 구리나 백금과 같은 전이금속(transition metal) 등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판을 사용,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이 사용돼 왔다. 그런데 이런 금속기판은 대부분 다결정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합성한 그래핀 역시 다결정 형태가 된다.
다결정 그래핀은 단결정 그래핀에 비해 전자이동속도가 1/10 수준으로 떨어지고 크기를 키울 경우 동일한 품질을 얻기가 어렵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개발한 합성기술은 금속촉매 대신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입힌 게르마늄을 이용했다. 게르마늄은 원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구조를 갖고 있어 그 위에서 성장시킨 그래핀 씨앗들 역시 일정한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넓은 면적의 단결정 그래핀을 합성해 냈다.
게르마늄을 활용한 장점은 또 있다. 게르마늄 위에서 그래핀을 합성하게 되면 금속 기판과는 달리 그 사이에 수소 원자층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합성된 그래핀을 쉽게 분리할 수 있고 게르마늄 웨이퍼를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은 동시에 친환경적이다. 기존 방식은 분리 과정에서 그래핀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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