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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BIZ] 세상을 바꾼 테크놀로지 師弟들

[기타] | 발행시간: 2017.03.25일 08:47
컴퓨터와 로봇의 '눈'을 만든 사람들

代를 이어가며 발전 거듭 컴퓨터공학 역사 바꾼 제자들 많아

미래의 최대 화두 '인공지능'

딥러닝 이용한 AI기술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꿈꿀 수 있게 만들어

꿈의 신소재 '그래핀' 발견

전기저항 없고 얇아 실리콘 대체 물질로 각광받아… 가장 중요한 차세대 소재로 평가

컴퓨터가 수많은 사진 중에 영화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찾아내는 과정을 묘사한 그래픽. 컴퓨터는 스스로 학습을 반복하는 딥러닝(심층 학습) 기법을 이용해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궁에 있는 '서명의 방' 벽은 1511년 라파엘로가 완성한 대작(大作) '아테네 학당'으로 장식돼 있다. 중심에는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란히 서 있고, 옆에서는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세 명의 학자와 세계를 호령했던 정복자가 무려 4대(代)에 걸친 사제(師弟)였다는 사실은 위대한 스승이 위대한 제자를 키워낸다는 '명제(命題)'가 참임을 일깨워준다.

이 명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옳다. 사제가 힘을 합쳐 컴퓨터와 로봇에 눈을 달아주고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꿈의 신소재'를 발견하기도 한다. 스승이 제자에게 물려주는 '사회적 유전자'가 우리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로봇·애니메이션 역사 바꾼 사제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벤처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약 17조1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999년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창업한 모빌아이는 차량에 부착한 카메라 센서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인텔이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인 '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컴퓨터 비전의 대가인 시몬 울만 교수와 그의 제자 알렉스 펜틀랜드·드미트리 테르조포울로스·암논 샤슈아.


샤슈아 교수는 컴퓨터나 카메라·센서 등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과 읽어낸 정보를 재구성하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컴퓨터 공학계에서는 샤슈아 교수가 뛰어난 학자이자 창업가가 된 비결로 '원조(元祖)에게 배운 것'을 꼽는다.

'컴퓨터 비전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마르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샤슈아 교수의 사조(師祖·스승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마르 교수는 컴퓨터에 눈을 달아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학자다. 신경생물학자였던 마르 교수는 1970년대 중반 동물이 사물을 보는 방식을 컴퓨터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마르의 아이디어를 처음 컴퓨터로 구현한 사람은 제자인 시몬 울만 이스라엘 와이즈먼 연구소 교수였다. 울만 교수는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던 중 고향인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와이즈먼 연구소에 눌러앉았다. 이때 만난 학생이 바로 샤슈아 교수였다. 한 학자의 아이디어가 제자와 그 제자로 대를 이어가며 발전을 거듭한 끝에 자율주행차라는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된 것이다.

울만 교수의 제자 중에는 컴퓨터 공학의 역사를 바꾼 학자가 적지 않다. 드미트리 테르조포울로스 미국 UCLA 교수는 컴퓨터 그래픽과 영상 의학 분석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고 알렉스 펜틀랜드 MIT 교수는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의 저자다. 펜틀랜드 교수는 '꿈의 연구소'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을 창립한 주역이기도 하다.

토머스 빈퍼드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 제자들도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울만 교수의 학파에 비견할 만한 그룹으로 꼽힌다. 빈퍼드 교수의 제자들은 컴퓨터 비전을 우리 실생활로 끌어들였다. 빈퍼드 교수의 첫 제자인 로드니 브룩스 MIT 교수는 컴퓨터 비전을 로봇에 적용해 최초의 청소 로봇 '룸바'를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의 수석 과학자 마이클 카스 역시 빈퍼드 교수의 제자이다. 카스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애니메이션에 적용해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등 전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의 창시자 제프리 힌턴 교수와 제자 앤드루 응·얀 레쿤.

인공지능 전문업체인 딥바이오의 이동윤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컴퓨터 공학자인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빈퍼드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았다"면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네틱' 기술이나 최근 널리 활용되는 가상 키보드 기술도 빈퍼드 학파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 간 내부 경쟁에 달린 인공지능의 미래

지난해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네이버의 인공지능 번역기 파파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딥러닝(심층학습)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2006년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개발하기 시작한 딥러닝 기술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딥러닝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을 반복하면서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딥러닝의 등장으로 과학자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힌턴 교수와 제자들은 전 세계 인공지능 업계를 이끌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총괄인 얀 레쿤 뉴욕대 교수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세운 '오픈 AI 연구소'의 소장인 일리야 수츠케버, 바이두의 인공지능 총괄이었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모두 힌턴 교수와 딥러닝을 함께 개발한 제자들이다. 현재 인공지능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응 교수의 거취이다. 지난 22일 응 교수는 "4월 바이두를 퇴사하겠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전 세계 기업들이 응 교수 영입 경쟁에 뛰어들 기세이다. 힌턴 교수 본인도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고 있는 만큼 이른바 힌턴 사단(師團)의 내부 경쟁에 누가 인공지능 산업의 주도권을 쥘 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처음으로 발견한 안드레 가임(오른쪽) 맨체스터대 교수와 제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컴퓨터나 인공지능 분야 이외에도 스승과 제자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콘스탄트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초라한 연구실에서 연필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기발한 방법으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만들어냈다. 전기저항이 없는 얇은 그래핀은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으며 가장 중요한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스승과 제자 둘 중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과로 평가된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신기술 분야에서 스승과 제자로 구성된 학파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하면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앞서 나가는 ‘퍼스트 펭귄(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무리를 이끄는 펭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 위험도 높지만 성공할 경우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첨단 기술이나 세계적인 학파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를 문화적 차이에서 찾는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항상 실패를 동반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도전과 실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서 “반면 한국은 해외에서 안정적이고 인기 있는 학문 분야를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해졌기 때문에 도전이 없고, 유력 학파도 등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defying@chosun.com] [양지혜 기자]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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