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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독서만필6] 어느 개의 순애보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4.18일 12:55
-실화 《하치의 이야기》


일본렬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세계를 울린 감동 실화소설 《하치의 이야기》이다.

흰 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1923년의 어느 겨울날, 시골 농가에서 황금빛 바탕에 흰 털 무늬가 섞인 강아지가 태여난다.

강아지는 시부야의 농학부 교수 우에노의 집으로 보내진다. 교수의 제자가 은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보낸 선물이다. 팔(八)자 모양의 두다리를 가진 강아지에게 우에노교수는 일본어로 수자 8을 칭하는 《하치》라는 이름을 달아준다. 우에노교수는 벼룩도 잡아주고 욕조에서 같이 목욕도 하면서 하치를 지극히 보살핀다. 하치는 매일 아침 시부야역까지 따라가 출근하는 우에노교수를 배웅하고 또 저녁에는 마중 나간다. 받은 사랑만큼 보답하고저 하는 강아지 나름의 약속, 하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약속이다.

그러던 어느 하루, 불행이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에서 고장 난 기차처럼 탈선한다. 류달리 하치에게 애정을 쏟던 우에노교수가 강의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것이다.

하지만 하치는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언젠가 기적이 울리고 역사(驿舍)의 문을 열고 나올 자신의 주인을 만날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기다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치의 기다림은 그후 10여년 동안 한결같이 계속된다.

1935년 3월 8일, 눈 내리는 시부야역에서 기다림에 지친 하치는 눈을 감는다. 련민과 안타까움 그리고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모습을 남긴채 드디여 주인이 간 곳으로 찾아간것이다.

일본북부 아키다현에서 태여난 순종 아키다견인 하치는 일본에서 《충견》으로, 《국민영웅》격으로 칭송받는다. 하치의 이야기는 일본의 소학교 2학년용 수신(修身)교과서에도 실렸고 시부야역 광장에는 하치의 동상이 세워졌다. 일본의 저명한 화가가 조각했고 동상의 좌대에는 《충견 하치공》이라고 새겨넣었다. 한마리 개에게 공(公)이라는 존칭을 붙였다. 동상 제막식에는 당시 살아있던 하치 자신도 참석했다고 한다. 하치의 시신은 박제되여 일본국립과학박물관에 지금까지 보존되여있다.

하치의 이야기는 세월이며 국경을 초월해 불과 몇해전에도 할리우드에서 동명의 영화로 제작,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대거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해 감동의 연기를 선보였다.

2012년 100세라는 천수를 누리고 간 저자 신도 가네토는 씨나리오작가로서 히로시마 원폭에 관한 작품을 쓰면서 유명해졌다. 그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일관된 테마로 하고있다고 평론가들은 정평한다.

독특한 일본문화에 대한 해부서인 《국화와 칼》의 저자이며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은혜를 갚은 강아지》라고 그의 저서에서 하치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은(恩)이라는 글자는 충성, 친절, 사랑 등 모두를 포함하면서 그 모두를 합한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충성, 의무, 의리라는 륜리관이 일본인들이 각별히 하치를 사랑하는 리유》라고 분석했다.

복잡다단한 기복과 스토리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약간 재미가 덜할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애틋하고 아련한 문체로 씌여진 글발들은 동물과 인간과의 끈끈한 련결을 보여주고 따뜻한 교감을 보여주고있어 급기야 책에 빠져들게 하고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코허리가 매콤해지고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는 애견인으로서 처음 《하치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엄청 울었었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직접 키워보지 못한이들에겐 리해불가, 하지만 그 교감을 느껴본이에겐 마법 같은 령역이다. 그래서 사내의 체면도 잊은채 볼썽사납게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책을 내려놓고 내 무릎가에서 잠든 애견들을 다시 한번 품에 꼭 껴안았다. 무리한 독서와 컴퓨터작업때문에 안구건조증으로 늘 안약을 사용하고있던 나는 나를 울린 그 책 덕분에 그날따라 한결 맑아진 눈망울을 가질수 있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일회용으로 계산되고있는 요즘 세월, 한 강아지의 순애보는 우리 모두가 잊고 살았던 사랑, 우정 그리고 신뢰를 눈물속에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한다. 익히 알려진 이 이야기를 재다시 읽는 리유도 금방 지나온 겨울처럼 차거운 인정을 봄날의 독서속에 녹이고픈 따뜻한 감성의 수요에서일것이다.


시부야역전광장에 세워진 하치의 동상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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