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시. 부모님전상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4.25일 14:58
할빈 리홍규



  당신의 목소리



  문득 당신이 보고싶어져

  당신이 주무시던 방을 기웃거린다

  해빛 잘 드는 남향 침실엔

  전기온돌 장판만 그대로 깔려있고

  당신의 손때 묻은 소지품들은

  당신 가시는 길에 딸려보내 보이지 않는다

  당신처럼 창턱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서

  우두커니 창밖을 내려다본다

  엄마와 함께 시골서 올라오셔 사시다가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신 당신

  아침저녁 반주술 한잔 하시고나서

  밥상에 앉아 책읽는 시간 제외하고 당신은

  매일 이렇게 하염없이 무엇을 바라보았을까

  열다섯 소년시절 떠나온후로 다시는 못가본

  강원도 춘천의 산과 물을 그토록 못잊어하시던 당신

  그런 당신의 팔을 붙잡고 나란히 서서 이 아들은

  언제 한번 이렇게 흘러가는 구름을 지켜보았던가

  여든을 넘기신 당신이 더 오래오래

  사실줄 알았던가…

  뒤늦은 후회에 문득 목이 꺽, 메어오는데

  홀연 어디선가 어험--, 하는

  당신의 목소리 들려온다

  화들짝 놀라 둘러보니 당신은 보이지 않고

  창가에 세워둔 거울에

  비쭉코와 꺼진 눈확 그리고 넓은 이마까지

  당신을 빼닮은 사내가 멍청하게 서있다

  어험--, 사내가 입을 여니

  어험--, 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사내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고개 돌려

  당신처럼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바람 한점 없는 시월의 한 복판에

  노란 국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꽃속에서 개구쟁이처럼 벌씬--, 웃어버린 당신

  또다시 어험--, 하고 이 아들을 부르신다



  당신이 그리울 때 당신처럼

  어험—, 하고 조용히 불러봅니다

  내 몸에서 울려나는 당신의 목소리로

  당신을, 당신을 불러봅니다





  별 심는 밤



  검푸른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들이

  논배미마다에 쏟아져 찰랑대는 밤

  개굴개굴 개구리를 쫓던 아들은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칭얼댑니다

  --엄마, 아직 얼마 더 심어야 해?

  검은 땅에 하얀 호박씨를 심던 엄마는

  허리를 펴시고 밤하늘을 향해 뭔가 잡아쥡니다

  --엄마 뭐하는거야?

  --엄마가 하늘의 별을 한줌 잡았단다

  엄마는 다시 허리 굽혀 호미로 땅을 파고

  하얀 별들을 한 알 두 알 땅에 심습니다

  --엄마 나도…… 심을래!

  아들도 하늘 향해 작은 손을 펼치자

  엄마가 별을 따서 아들의 손에 꼭 쥐어줍니다

  하나

  둘

  셋

  넷…

  엄마는 이제 하늘의 별이 되였습니다

  별이 되신 엄마는

  밤이면 밤마다 사뿐사뿐

  아들의 별밭에 내려앉습니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3배 늘었다고 알려져 있는 개통령 '강형욱'의 회사 '보듬컴퍼니'의 잡플래닛 기업리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보듬컴퍼니의 전 직원들이 남긴 회사 리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이든티앤에스, 차세대 웹기반 RPA '웍트로닉스' 장관상 수상

이든티앤에스, 차세대 웹기반 RPA '웍트로닉스' 장관상 수상

▲5월 16일(목) 개최된 신SW상품대상 시상식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현 2차관(왼쪽)이 이든티앤에스 김연기 대표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출처: 이든티앤에스 솔루션 전문 기업인 주식회사 이든티앤에스(대표 김연기)는 5월 16일(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

‘경전 전승 • 문화 공융’ 정품도서 열독공유회 장춘서 거행

‘경전 전승 • 문화 공융’ 정품도서 열독공유회 장춘서 거행

현장사진 5월 19일 오전, 연변인민출판사는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 국가길림민족문자출판기지 전시구역에서 ‘경전 전승 • 문화 공융’ 정품도서 열독공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유회는 책을 매개로 18차 당대회 이래 출판된 각종 정품도서를 선전하고 독자들에게 중

연길신화서점도 도서교역박람회 분위기 물씬

연길신화서점도 도서교역박람회 분위기 물씬

-독서가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끈다 5월 17일,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장춘국제회의전시쎈터에서 정식으로 개막된 가운데 당일 9시부터 연길시신화서점에서도 다양한 계렬 행사들이 펼쳐졌다. ‘길지에서 만나서 책 향기를 공유하자’(相约吉地 共沐书香)를 주제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