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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4.27일 06:03
"부모들, 죽음을 선고 받았을때 겪는 고통 느껴"

[CBS노컷뉴스 윤철원·김수영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주일을 넘기면서 수습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도 부모형제자매를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생존자들과 구조대원들까지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분노와 무력감, 우울함 등 심리적 고통이다. 특히 대형사건사고로 인한 심리적 충격은 십년이 지나도 가시지 않아 장기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BS노컷뉴스는 세월호 참사로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충격의 실상과 지원방안을 집중취재한다. [편집자 주]



이번 사고 사망자의 발인식 모습. 자료사진

지난 23일 새벽 5시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A 군의 발인식이 진행되던 중 갑자기 고성이 터져나왔다.

"내 새끼 물에 빠져 죽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어떻게 마지막 가는 길을 이런 식으로 하냐"며 A 군 어머니의 절규했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시신을 바닥에 놓고 방치했다는 것.

결국 경기도교육청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26일까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110명의 발인식이 진행된 가운데, 생때같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착잡한 심정이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무능력하게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행태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고 발생 이후 단 하나의 기적도 이뤄내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희생자 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분노가 치솟고, 신뢰도 무너져 내렸다.

아이의 장례를 치른 한 학부모는 "사고 첫날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달려 왔을 때만 해도 '정부가 알아서 구해주겠지' 생각했다"며 "그러다가 구조자 숫자가 잘못됐다고 하고, 구조 작업에 별의별 핑계되며 소극적이던 정부가 내게 데려온 것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이의 주검이었다"고 분개했다.

◈"자식 죽인 죄인…" 죄책감에 빠져있는 부모들…"죽음을 선고 받았을 때와 같은 고통"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지쳐보이는 실종자 가족이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눈물짓고 있다. 윤성호 기자

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에 대한 분노심으로 가득찬 부모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녀를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이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아이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한 학부모는 "살아 있는 내 자신이 싫다. 자식들 함께 멀쩡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다"며 "나는 자식 죽인 죄인이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곳에서 학부모들의 심리 상담을 돕고 있는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곳 학부모들은 (아이를) 어려운 상황 속에 내버려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성적으로는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혹시 결국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내가 잘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가 수학여행에 안 보냈으면 사고가 안 났을텐데', '내가 그 학교에 보내서 사고가 난 것이다' 같은 비합리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것.

세월호 참사 초기 진도에서 학부모들의 심리 상담을 도왔던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도 "처음에는 (자녀들의 죽음을)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다가 이내 분노감을 표출하고, 현실과 타협적인 단계로 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본인이 죽음을 선고받았을때 겪는 5단계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한 과정이 보호자들에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조교수는 이어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내가 잘못했다', '내가 그것을 한번 더 해줬어야 하는데', '그때 아이가 그런 말 했을때 그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이라고 말하며 자녀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섣부른 조언보다, 공감하고 인정해줘야"


전문가들은 희생자 학부모들의 심적 고통을 두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아픔이라고 했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함께 해주고 울 때 울라고 안아주고 힘들 때 '그래 힘들겠다'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희생자 가족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로, 격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줘야 한다"며 "격한 감정상태에 있는 학부모들에게 설익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psygod@cbs.co.kr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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