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 대천유람선 타보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근해 유람선 선상에서 편법으로 술을 팔고 춤판이 벌어져 대형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해경과 행정기관은 유람선 안전지도와 단속 책임을 서로 떠넘겨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충남 보령시와 보령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대천항에는 대천항과 태안 안면도 앞바다 일대를 유람하는 ‘대천유람선’이 하루 3회 운항되고 있다.
263t급 규모에 승선정원이 405명에 이르는 대천유람선(대천크루즈호)은 송도∼월도∼육도∼소도∼추도∼효자도∼여자바위∼남근바위∼사자바위 등 인근 섬 주변을 1시간30분 동안 둘러보는 일정으로 운항한다.
그러나 이 유람선은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목적보다는 선상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면서 술과 음료를 파는 것에 치중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 2층으로 구성된 이 배는 주로 1층에 승객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대부분 설치돼 있지만 선사는 이곳에 나이트클럽 시설을 갖추고 술을 구매하지 않는 승객의 출입을 제한한 뒤 유흥영업을 하고 있다.
‘1층은 노래방, 춤추는 음악으로 시끄러우니 조용히 안내방송을 들으며 여행하실 분은 2층으로 올라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팻말이 붙은 이곳에는 객실 앞쪽에 음향·영상을 갖춘 노래방 설비와 무대가 설치돼 있다.
2명의 여성 진행자 사회로 시작되는 술과 춤판은 유람선이 대천항을 출발해 인근 도서를 돌며 돌아오는 1시간30분 내내 이어진다.
여성 진행자들이 한복으로 갈아 입고 여흥을 돋우면 분위기는 절정에 달하고 단체 승객 등이 무대에서 뒤섞여 춤판을 벌인다. 선상 나이트 클럽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승객만 입장시키고 있어 대부분은 만취 상태다. 특히 이용객 대부분이 50대 이상 장년층이어서 유람선이 예기치 못한 위험 상황에 처할 경우 대형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특히 공간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유람선 측에서는 무대 주변를 중심으로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 간이의자에 취객들을 앉히고 유흥 분위기를 조장해 더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2007년부터 운항되고 있는 대천유람선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술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는 배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사고 전 대천유람선을 탔다는 정모(50·경기도 과천시)씨는 “관광 목적인 승객들의 출입을 막고 유흥영업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 의문이 간다”며 “1층에 타는 승객 대부분 술이 취해 비틀거릴 정도여서 사고가 나면 속수무책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람선 1층이 술을 마시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유흥영업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왼쪽)과 음향과 영상 시설을 갖춘 내부 모습.
보령시 관계자는 “대천크루즈호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허가된 유람선으로,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 의해 술을 팔 수 있도록 시설업 등록을 해줬다”며 “관광버스에서의 음주가무 행위를 경찰이 단속하듯 선박 운항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해경이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자치단체에서) 술을 팔 수 있도록 해 놓고 단속은 해경에서 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술 마시고 춤추는 것에 대해서는 단속할 근거가 없으며 정원보다 좌석이 적은 것은 알고 있지만, 유람선 특성상 간이의자 등에 앉아 유람을 즐길 수 있으며 승선정원은 한국선급이 인가해 줬다”고 말했다.
대천유람선은 행락철을 맞아 단체관광객을 중심으로 하루 1000명 이상이 승선하고 있다. 대천유람선은 세월호 참사 후 유흥영업을 중단했지만 조만간 영업을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