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경기 안성 보개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거취 제보 및 구원파 입장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경찰이 금수원 인근에 차를 대놓고 주변차량 검문을 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이달 초 금수원서 빠져 나온 듯…측근 檢 조사시점
유 전회장 조력자들, 별장 청소·은신 준비 도와
檢·警, 별장 인근 총력 수색…동시다발적 체포작전도
(인천=뉴스1) 오경묵 기자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미 도피 준비를 추진한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14일 만이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지 9일만이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한모씨 등 4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유 전회장의 도주 행각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
유 전회장의 최측근인 이석환 금수원 상무는 지난달 29일 변모(62)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순천에 있는 별장을 정돈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변씨 부부는 전남 순천 국도변 송치재휴게소, S염소탕 식당, 해당 별장 등을 관리해왔다.
이 상무가 변씨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세월호의 선사인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은 날이다.
28일에는 유 전회장이 계열사로부터 돈을 받은 '통로'인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유 전회장은 왜 순천을 도피처로 골랐을까.
검찰은 구원파 순천교회, 연수원 등이 있고 도와줄 신도도 많아 거점으로 삼기 적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회장 일가는 영농조합 등 명의로 전남 곳곳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15만㎡ 규모의 보성 녹차밭, 114만㎡ 규모의 전남 무안 부동산 등이다. 완도와 신안에도 토지와 염전을 소유하고 있다.
변씨 부부는 별장을 청소한 뒤 자물쇠 비밀번호를 추모씨에게 알려줬다. 추씨는 유 전회장의 오랜 측근으로 도피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은신처가 정해지자 순천지역 '조력자'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양모(56·지명수배)씨와 설계업자 한모(49)씨는 별장 내부를 정비했다. 창문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설치했다. 부직포도 붙여 빛이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
이들은 충전형 드릴도 준비했다. 유 전회장이 타고 다니는 차량의 번호판을 수시로 교체해 검경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한씨는 또 유 전회장이 머물던 금수원에서 미네랄 생수, 말린 과일 등 도피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도 조달했다.
검찰은 은신처가 완전히 정비된 이달 초순쯤 유 전회장이 순천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초 유 전회장이 17일쯤 금수원을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유 전회장이 이날 토요예배를 마친 뒤 신도들의 차량을 이용해 금수원을 빠져나갈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으나 '뒷북'이었다.
검경 수사팀이 이곳을 급습한 것은 지난 25일. 유 전회장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여성 신모씨가 체포된 날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신씨가 영어로 항의하는 사이 유 전회장이 도주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 전회장이 머물던 별장 외부에는 정리하지 못한 신발과 생수병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내부에서는 성경책, 유 전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 등이 발견됐다. 검경은 이 곳에서 유 전회장의 지문을 확보했다.
별장 뒷편으로는 산길이 여러 개 나있다고 한다. 검경은 유 전회장이 이곳을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산속과 민가를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차장검사가 현장에서 체포작전을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 전회장이 이곳을 빠져나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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