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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노벨상 예측 전문가가 뽑은 한국 유망 과학자

[기타] | 발행시간: 2014.05.31일 03:04

“천진우(Jinwoo Cheon), 조길원(Kilwon Cho), 조열제(Yeol Je Cho), 현택환(Taeghwan Hyeon)….”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 영문 알파벳 순으로 여러 과학자의 이름이 공개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모두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의 명단을 공개한 사람은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회사인 톰슨로이터의 계량분석 전문가 데이비드 펜들베리. 그는 이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톰슨로이터와 공동 개최한 ‘노벨 과학상을 향한 기초연구의 나아갈 길’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기초연구 발전을 위한 여러 제안을 했다. 하지만 참석자 상당수의 관심은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과학자 명단에 모아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톰슨로이터 학술정보서비스 부문은 1960년 미국 언어학자 유진 가필드 박사가 세운 과학정보연구소(ISI)가 모태다. 이 회사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는 1900년 이후 출판된 2700여 개 저널, 5만여 권의 책, 9000만 건 이상의 저술 정보, 8억 건 이상의 인용 문헌정보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SCI)·사회과학(SSCI)·예술인문(AHCI) 등 거의 모든 학술 분야를 망라하는 방대한 규모다.

 펜들베리는 이 ‘웹 오브 사이언스’의 모든 자료를 지수화한 중요 과학색인(ESI)을 직접 개발했다. ESI를 검색하면 지난 10년간 인용도 상위 1% 논문(Higly cited paper), 지난 2년간 출간된 논문 중에서 최근 2개월 인용도 상위 0.1% 논문(Hot paper)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세계적 유명세를 탄 건 1989년 ESI의 데이터를 재가공해 그해의 노벨상 수상 예상자 명단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노벨상 예측 전문가 펜들베리

 빅데이터를 이용한 펜들베리의 노벨상 예측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까지 과학 분야 역대 예상자 174명 중에서 34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예측 성공률 19.5%). 열 명 중 두 명꼴이다. 특히 1989~2001년 사이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17명은 전원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이 실제 상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8.5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추가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30일 펜들베리가 발표한 한국의 ‘인용도 높은 과학자 명단(New List of Highly Cited Scientists, 2002~2012)’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런 이유였다. 노벨상 수상 예상자 명단은 아니지만 같은 전문가가 같은 DB를 사용해 선별한 명단이기 때문이다.

 명단에 포함된 과학자는 18명. 한국인 16명에 한국 연구기관에 적을 둔 외국인 학자가 2명 포함됐다. 연구 분야는 수학 2명, 약학 3명, 화학 3명, 농업과학 4명, 공학 2명, 재료과학 1명이었다.

 특히 김빛내리(45·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은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현택환(50·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과 로드니 루오프(57·울산과기대 특훈교수)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은 각각 화학과 재료과학 두 분야에 연구영역이 걸쳐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표 참조>

명단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수학은 노벨상 시상 부문에 속하지 않지만 강신민(59) 경상대 수학과 교수, 조열제(61) 경상대 수학교육과 교수 등 2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 분자영상팀 권익찬·김광명 책임연구원의 경우처럼 같은 연구소 같은 연구팀에서 일하는 과학자 2명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에 국내의 대표적인 과학특성화대학인 KAIST 소속 연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농업과학 분야 연구자가 4명이나 된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펜들베리는 “학문 영역을 21개 대분류로 나누는 ESI의 분류법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SI는 연구자의 전공이나 소속 학과가 아닌 발표된 논문 주제를 기준으로 연구 분야를 나눈다. 식물화학(phytochemistry)이나 예방적 약물치료(Chemoprevention) 등과 관련된 논문은 농업과학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영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및바이오제약학과 교수의 연구분야가 농업과학으로 분류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명단이 공개되자 반응은 엇갈렸다. “될 만한 사람들이 됐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꼭 들어갔어야 할 사람이 빠졌다”는 말도 나왔다. 수년간 연구평가 업무를 해온 한 전문가는 “솔직히 의외의 이름도 꽤 들어 있다”고 말했다.

 톰슨로이터 IP&사이언스의 김진우(미국 애리조나대 컴퓨터공학 박사) 한국지사장은 이에 대해 “명단에 오른 분들은 한국인으로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 연구자,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연구자란 의미로 봐야 한다. 반드시 노벨상을 받을 후보자란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펜들베리는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 정상급(world-class) 연구자들은 단순히 논문 인용수가 많기만 한 게 아니라 여러 개의 핫페이퍼를 보유한 저자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에도 ‘월드 클래스’ 연구자들이 있지만 미국이나 독일·일본만큼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재료과학 등이 한국이 강한 분야”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노벨상에 가까운 한국 연구자’가 누구인지는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 연구자들의 반응도 달랐다. IBS의 현택환 단장은 “나노입자 분야의 1세대들이 벌써 다 일흔 살이 넘었다.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당연히 그분들이 먼저 받을 거다. 나는 2.5세대쯤이니 혹시 기회가 온다 해도 그 뒤가 아니겠느냐”라고 겸손해했다.

 현 단장은 나노입자 합성 분야의 세계적 대가로 대표적인 국내 ‘월드 클래스’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2004년 그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발표한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생산 공정기술 개발 논문은 톰슨로이터의 ‘핫페이퍼’로 뽑혔다. 최근에는 종양 진단·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나노 수류탄’, 나노입자 기반의 다기능성 웨어러블(wearable) 전자시스템을 만들어 4월 한 달에만 두 편의 논문을 세계 유명 저널(‘JACS’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었다.

 그는 “노벨상은 계획하고 밀어붙여서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진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보자. 서두르다 보면 탈이 난다. 학자들이 충분히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연구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에 대해선 “정말 중요한데도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들이 포기한 기초연구와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항암치료 등 일반인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응용연구, 두 가지를 모두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스타과학자’인 김빛내리 IBS 단장은 좀 더 말을 아꼈다. 그는 “늘 좋은 연구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노벨상에 대한 언급은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늘 따라붙는 ‘한국인 중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란 찬사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국내 과학이 이전에 비해 많이 발달했다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넓고 깊지 못하다. (노벨상을 타기까지는) 아직 상당 기간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 단장의 연구 분야는 최근 생명과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RNA다. 이전까지 RNA는 DNA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RNA는 DNA가 단백질을 만들 때 잠시 쓰이는 물질 정도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RNA가 다양한 생명현상을 직접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그 분야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과학자가 바로 김 단장이다. 그는 2012년 남들이 평생 논문 한 편을 싣기도 힘들다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셀(Cell)’에 2주 만에 두 편의 논문을 연속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도 ‘셀’의 자매지인 ‘몰레큘라(Molecular) 셀’에 두 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런 탁월한 성과로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2009년 호암상·지식창조대상, 2013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등 거의 모든 국내 과학상을 휩쓸었다. 현재 ‘셀’ 편집위원이자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대 출신의 흔치 않은 ‘토종 학자’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조열제 경상대 교수는 적극성과 성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자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은 지방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지금까지 발로 뛰며 찾아다닌 국제학술대회만 10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쟁쟁한 ‘해외파’를 제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수여하는 지식창조대상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톰슨로이터의 SCI 상위 1%에 드는 논문을 가려낸 뒤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과학자를 뽑았는데 바로 그였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신희섭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원장 대리)은 “노벨상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학문적 축적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에겐 그런 것이 아직 없다.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젊은 과학자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럼에선 ‘미래 노벨상 수상자’를 육성하기 위해 민간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승준(고려대 생명유전공학 박사) KISTEP 대외협력팀장은 “민간 주도로 기초과학의 저변을 확대해야 연구인력 풀(pool)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 325명 중에서 17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았거나 록펠러 대학 소속으로 과학 부문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57명이나 된다. 카네기 재단도 1943~2004년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한별·신진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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