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일본 도쿄(東京)도 아다치(足立)구의 한 아파트. 이 지역 아동상담소 직원이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이 집을 방문, 집 주인(30)과 그의 부인(27)을 상대로 아이들이 잘 있는지를 조사했다. 아동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부부는 상담소 직원이 오자 “6명의 아이들이 모두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며 실제로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집에서 자고 있던 6명의 자녀 가운데 1명은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해 3월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차남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아들의 시신을 산에 묻었다. 부부는 이후에도 차남 앞으로 나오는 아동수당을 지속적으로 받아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부부가 그동안 숨진 차남 몫으로 챙겨온 ‘가짜 수당’은 43만엔(약 43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 3월 아동상담소의 방문 조사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1m 크기의 마네킹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부부가 마네킹에 이불을 덮어 다른 4명의 자녀와 함께 잠을 자는 것처럼 위장해 아동상담소 직원을 속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을 방문했던 아동상담소 직원은 “이 아이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아동상담소의 방문조사 전, 지인에게 ‘아이를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경찰에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가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 수당이 줄어들어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아 이런 일을 꾸몄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로부터 아이의 시신을 야마나시(山梨)현 산에 묻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사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