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메이메이 씨가 웨이보에 올린 사진.
[동아일보]
'중국판 된장녀'로 불리며 중국인들의 질시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궈메이메이(郭美美·23) 씨의 부적절한 과거 행적이 공개되며 끝내 나락으로 떨어졌다.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4일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3년 전 '현부녀(炫富女·부를 과시하는 여자)'로 일약 여론의 주목을 끌었던 궈 씨가 상습 도박범에 사기꾼으로 몰락한 사연을 소개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9일 그가 베이징(北京) 공안당국에 의해 체포되면서부터다. 경찰은 월드컵 기간 중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버 도박장을 차려 놓고 전화와 웨이신(微信·중국판 카톡) 등으로 도박을 했던 일당 8명을 체포했다. 궈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이미 2011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자신을 자선기구인 홍십자회의 상업총경리라며 소개하며 명품 옷과 핸드백 등과 함께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앉은 사진들을 공개해 대중의 분노를 샀다. 이 사건은 당국의 홍십자회 자금 유용 조사로 확대됐지만 정작 궈 씨는 해당 기관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20대 여성이 부를 과시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고, 이 와중에 궈 씨는 자신의 수영복 사진을 공개하는 등 '비호감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베이징 경찰은 이번 도박 사범 수사를 계기로 궈메이메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그녀가 활동했던 광둥(廣東)과 후난(湖南) 성 공안과 공조하는 등 전방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몸과 인맥을 통해 성공을 추구했던 전력이 드러난 것.
후난 성 이양(益陽) 출신인 그녀는 사기 전과가 있는 아버지와 사우나를 경영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큰 이모도 매춘 때문에 처벌을 받은 적이 있고 외삼촌은 마약을 팔았다. 2008년 고향을 떠나 베이징의 영화학원에서 연기 수업을 1년 간 받은 궈 씨는 2010년 선전(深¤)의 부동산 업자 왕 모(46) 씨를 알게 된다. 왕 씨는 "그녀가 나에게 생일 선물로 240만 위안(약 4억 원)짜리 스포츠카를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했다"며 "나를 만난 건 돈 때문이었다. 나에게 가족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수감된 모습.
궈 씨는 이후 사설 자선단체에 지분을 갖고 있는 웡(翁) 모 씨를 만나게 됐고 그를 통해 홍십자회라는 존재를 알게 되자 차량에 임의로 '홍십자회'라고 써 붙이고 자신을 최고경영자(CEO)라고 홍보하고 다녔다. 궈 씨가 상업총경리라고 알려진 것도 이 당시였다. 또 왕 씨를 자신의 양부(養父)라고 주변에 소개했다. 엉뚱하게도 왕 씨는 이후 홍십자회 사건이 터지자 구속 수감됐고 궈 씨는 풀려났다. 왕 씨는 "궈 씨처럼 허영심이 많은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궈 씨의 비뚤어진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후견인들을 바꿔가며 호화 생활을 하다 지난해 2월 외국 국적의 남자친구 및 지인들과 베이징에서 제3자 명의로 아파트를 빌려 도박장을 열었다. 동업자들과 이윤을 나누는데 성이 안 찬 그는 주도적으로 도박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타짜'까지 초빙해 판을 벌였다. 그가 중간에 취한 마진은 판돈의 3~5%. 경찰은 한번에 수십만 위안(10만 위안은 1600만여 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궈 씨의 꾐에 빠져 도박에 참여한 남성 주(朱) 모 씨는 "궈 씨가 어느 날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쉴 새 없이 전화를 해대며 게임에 참가하라고 해 한 번 해봤는데 2시간 만에 40만 위안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갖고 오지 않아서 다음에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그의 남자친구가 지갑을 뺏어 땅에 던지는 등 협박을 해댔다"고 밝혔다. 주 씨는 또 "궈 씨가 전화로 외부인을 부르는 듯했다. 그는 매우 악랄했다"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용증을 써주고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
궈 씨는 매춘을 통해서도 돈을 벌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노래공연 등을 50회 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매번 수십만 위안을 받고 몸을 팔았다. 베이징의 한 단골손님은 하룻밤에 30만 홍콩달러(약 4000만 원)를 줬다고 한다.
궈 씨는 지난달 경찰에 구속된 뒤에도 자신이 마카오에서 도박으로 2억6000만 위안(약 434억4600만 원)을 탕진할 정도로 재력가이고, '내 이름은 궈메이메이'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며, 엄마가 자신을 보러 일본에서 비행기로 오간다는 소문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사기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베이징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궈 씨는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도박을 하거나 사치를 자랑하거나 도덕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