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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조선족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8.13일 08:28
세월호에 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고 외국인들 가운데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여행을 가려던 조선족 한금희·이도남씨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참사 희생자 294명과 실종자 10명에는 이들과 같은 이주민·재외동포도 포함돼 있다. 나고 자란 땅은 저마다 다르지만, 세월호 참사가 안긴 고통은 다르지 않다. 한국인도 파악하기 어려운 희생자 유가족 지원 대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들었다.

공증비 111만원, 항공비 600만원… 보상은 막막

새벽녘까지 비가 내린 7월23일 수요일 정오, 서울 대한문 앞에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찾아가기 위한 ‘기다림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었다.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막내동생 한금희씨를 하늘로 떠나보낸 중국동포 한영희·영화씨 자매도 이날 버스에 탑승했다. 천금 같던 막내동생이 바닷속에서 떠올랐던 팽목항을 다시 찾아가는 두 사람의 마음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깊은 슬픔일 것이다. 자매는 탑승객 소개를 위해 사회자가 건네준 마이크를 잡고 동생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버스는 장장 7시간 넘게 달려 진도체육관에 정차했다. 실종자 10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불과 10여 명. 체육관은 숨소리도 크게 들릴 만큼 무겁고 적막했다. 한영희·영화씨 자매가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손을 마주 잡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온 유가족만큼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며칠 뒤 자매를 다시 만났다. 그들의 현재 상황, 그리고 금희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영희 씨


금희씨는 여섯 자매 가운데 막내였다. 둘째언니 영희씨와 셋째언니 영화씨만 한국에서 살고 어머니와 다른 자매들은 중국에 있다. 어머니는 암수술을 받은 뒤 고혈압 증세가 심해져 한국까지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영희씨가 어머니를 대신해 장례 절차를 비롯한 모든 일 처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 2월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 직후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었다. 금희씨를 비롯해 자매의 국적은 ‘중국’이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영희씨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있었다. 가족관계증명서나 부모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는 것부터 어려웠다. 한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본인을 기준으로 3대까지 가족 관계가 증명된다. 중국에는 ‘호적부’가 있는데, 여성이 결혼할 경우 남편의 호적부로 옮기게 돼 있다. 영희·영화씨 자매는 결혼을 한 상태다. 미혼인 금희씨의 호적부 하나만 발급받아서는 영희·영화씨와 자매 관계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중국에 있는 어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며칠씩이나 기차를 타고 딸들의 호적부를 떼러 다녀야 했다. 힘들게 발급받은 서류는 다시 한국에서 중국 정부가 발행한 공식 문서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이러한 ‘공증’ 비용으로 111만원이나 들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보를 들은 중국 내 직계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들인 항공비는 600만원이 넘는다. 이런 부분에서는 현재까지 지원 대책이 없기 때문에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경기도 시흥에서 살았던 금희씨의 장례는 서울 성북구에서 치러졌다. 주검이 마지막으로 안치됐던 지역이다. 성북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두 손을 걷어붙이고 장례를 도왔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난 뒤 영희씨는 거주하고 있는 지역자치단체로부터 유가족 지원과 관련된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발간한 안내책자를 받긴 했지만, 어디를 찾아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시흥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긴급생계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뒤늦게 다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고 나서야, 해양수산부의 생활안정자금이나 고용노동부의 특별휴직지원금 등을 신청할 수 있었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 여전히 불안하다. 힘겹게 동생을 보낸 뒤 100여 일. 두 사람은 심신이 지친 상태다. 영희씨는 한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신이 없어 하루에 몇 시간씩 걸어다녔다. 잠을 통 이룰 수 없어 잠자는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영화씨는 장례식이 끝난 뒤 20일가량 일하러 나갔지만 기력을 잃고 쓰러지거나 손목을 다치기도 했다.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일을 쉬고 있는 형편이다.



희생자 한금희 씨가 세월호 선상에서 보내온 사진

실종자 찾고, 진상 규명 바라는 것은 한마음

세월호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참사의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다. 오로지 선장을 비롯한 몇몇 선원에 대한 재판만 진행될 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희·영화씨 자매에게 물었다.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보다 10명의 실종자를 하루빨리 찾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앞이나 팽목항에 들러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백 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떠나보내고 1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것 자체가 가슴 아프다고 했다. 참사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갖춘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이야기와 함께,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그들과 헤어졌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친지를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 대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각 정부 부처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드린다.

박진우 이주노조 상임활동가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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