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앞서 여야 정당대표 등과의 환담에서 남북관계를 절기에 비유해 관심이 모아진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날이 더운데 입추가 됐다. 입춘도 날이 추울 때 온다”며 “남북관계도 어렵고 힘들지만, 추울 때 입춘이 시작되듯 좋은 기운이 이미 들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봄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미리 준비하는 자만 미래를 알 수 있다”며 “통일을 당겨서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화’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이제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대립과 고통의 역사를 극복하고 평화와 행복의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등 수 차례에 걸쳐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대북 제안은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이 골자였다면, 올해는 △하천·산림 공동관리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여 희망 △문화유산 공동 발굴·보존 △광복 70주년 기념 문화사업 준비 등 크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제안들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경축사는 총 37.9매(200자 원고지 기준) 분량이다. 이 가운데 대북 메시지는 10.4매로 전체 연설의 4분의 1을 넘었다. 지난해의 경우 경축사에서 대북 메시지가 차지한 비중은 20%에 그쳤고, 절대적인 분량도 5.3매로 올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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