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44년 인생을 친구로 시작해 여전히 친구로 이어가고 있는, 누군가를 돌보는 것만큼은 ‘최고’라 자랑할 수 있을 배우 류승수. 누구와도 어울릴 듯한 그의 ‘물 같은 마성’이 월요일 밤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8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배우 류승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바이크 마니아라는 그는 등장부터 시청자들에게 임팩트를 선사하겠다는 생각에 서울서 촬영지인 경기도 남양주까지 까만 매연을 마시며 오토바이를 타고 올 만큼 순수한 남자. 첫 등장부터 방송분량을 걱정하던 그는 우려와는 달리 꽉 채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에는 친구가 빠질 수 없었다. 10대의 가출도 친구,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친구, 모두 친구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 맞춘 배용준과 유재석,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후배 장혁, 친한 형에서 연기로 스승과 제자가 된 조인성, 그를 여전히 선생님이라 부른다는 이요원, 그에게 ‘배우란 어떤 것인 가’를 각인시켜준 김수로, 확실한 ‘케어’의 끝을 보여주게 했던 신민아까지. 한데 모인 이름만으로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유명인들은 류승수와 닿아 있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통해 그와 연을 맺은 배우 김희선은 영상편지를 통해 류승수의 ‘참 좋은 매력’을 낱낱이 공개했다. 44살 노총각인 이유에 대해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아직까지 혼자인 것 같다”고 설명될 만큼 남 챙기기에 특출 난 이 남자는 혼자 사는 집에 들어서서 느끼는 썰렁함을 지우기 위해 현관에 빨간 하이힐을 세워둘 만큼 외로움을 탄다고 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그는 ‘부자의 꿈’을 가지고 청소년기를 보냈다. 10대에 겪은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의 부재는 그에게 방황을 안겼다. 힘든 상황 속 아버지의 눈물에 정신을 차렸다는 류승수는 “꼭 성공해서 우리 집을 아버지에게 선물하겠다”고 목표를 다 잡았다고.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확실히 겪고 난 그에게 심장병이 찾아왔다. 꽃 같은 스무 살에 알게 된 심장병은 그를 일주일에 한 번씩 앰뷸런스 신세를 지게 했고, 십자 표시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공황장애로 변해 24년 째 여전히 류승수와 함께하고 있다. 브라운관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다들 한류열풍을 타고 있을 때에도 그는 극심한 공황장애로 인해 비행기는커녕 배 조차 탈 수 없었고, 인기에 편승할 수 없었다.
이후 이어진 작품에서 연달아 편집의 아픔을 맛 봤던 류승수는 자신의 길을 되돌아봤고, 배우는 제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었다고. 하지만 ‘은퇴 하겠노라’ 다짐하기 무섭게 일일드라마 주연,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었던 배우와의 작품이 줄지어 들어왔고 그때서야 자신이 원하는 때와 잘 풀리는 때는 따로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해 “고집 없고, 신념 없고, 우유부단하다”고 소개했는가 하면 “아닌 길을 소신껏 가는게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하는, 색다른 관점의 소유자 류승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지금이 좋다”고 했다. 욕심으로 막연한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다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누군가에게 웃음을 안길 줄 아는 진정한 배우였다.
눈을 뗄 수 없는 마임연기로 안심시킨 후 가창력까지 뽐내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더원의 ‘썸데이’를 선곡, 생각지도 못한 원음폭격으로 MC를 울리고 안방을 초토화시킨 그는 희노애락을 모두 품은, 어느 그릇에 담아도 그 모양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물 같은 배우였다.
여전히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있지만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더라”며 맞서기까지 했다는 류승수. 20살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공황장애를 “24년 동안 사귄 내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사람 좋은 미소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 사진=SBS ‘힐링캠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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