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부부싸움이 대형 참사로 번질 뻔 했다. 심야에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12명이 중경상을 입고 수십명이 대피했다.

13일 오후 11시 53분 쯤 광주시 서구 쌍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한 개동 12층에서 방화로 불이 났으나 출동한 119소방대에 의해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날 화재로 불을 낸 ㄱ씨(48)와 아내(41)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다. ㄱ씨의 자녀(12)와 이웃주민 9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불은 아파트 1개 층 80㎡를 태우고 위층 5가구에 그을음 피해를 냈다.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신속히 옥상 등으로 대피했으나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화재경보와 대피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날 부부싸움을 한 ㄱ씨가 자신의 집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술을 마시고 귀가한 ㄱ씨는 부인과 부부싸움을 하다 부인이 안방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자 자신의 차량에서 휘발유를 빼와 거실에 뿌려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의 집에는 10대 초등학생 자녀도 있었으나 불이 나자마자 긴급히 대피해 화를 면했다.

경찰은 중태에 빠진 ㄱ씨의 병세가 호전되는 대로 방화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화재경보기 작동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