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미술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몇달전만 해도 삼각형이나 동그라미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던 어린이들이 인제는 내가 가르치는대로 제법 그림을 잘 그려낸다.
어제는 해를 그리게 하였는데 어린이들은 저마다 그렸다가 지우고 지웠다가는 다시 그리면서 더 잘 그리느라고 애를 썼다. 몇몇 어린이들은 벌써 빨간 해를 그리고 그옆에 흰구름까지 그려넣고있었다. 가옥이도 다 그렸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시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것이였다. 다가가 살펴보았더니 글쎄 해를 검은색으로 칠해놓은게 아닌가. 게다가 색칠을 깨끗하게 하지 못해서 검은 크레용색이 선밖으로 여기저기 삐여져나와있었다. 내가 《가옥어린이가 그린 해님은 왜 검은색이지요?》라고 물었더니《일식일 때 해님은 까만 색갈이예요. 어제 텔레비죤에서 봤는데 일식이 나타나니 해님이 까맣게 되였어요. 친구들에게 일식을 알려주려고 이렇게 그렸어요. 선생님도 일식을 모르지요?》라고 하는것이였다. 이 뜻밖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가옥이의 기발한 생각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나는 인차《가옥어린이는 아는것이 참 많네요. 일식까지 다 알고… 참 대단해요.》하고 칭찬하였다. 그리고는 색칠할 때 검은 크레용색이 선밖으로 나오지 않게 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가옥이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어린이들의 그림도 일일이 살펴보면서 필요한 지도를 했다. 이때 가옥이가 그림을 들고 나한테 왔다.
《선생님, 이젠 그림이 깨끗해졌어요. 이젠 일식이 지나가고 해님이 환하게 웃고있어요.》
가옥이의 그림을 받아본 나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검은 해를 흰색 크레용으로 칠을 한 다음 그우에 다시 빨간색 크레용으로 칠을 했던것이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어쨌든 기발한것만은 사실이였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가옥이의 그림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옥어린이의 그림은 좀 어지럽기는 하지만 이 그림으로 하여 우린 일식이 나타나면 해님이 까맣게 되고 일식이 지나가면 해님이 다시 환하게 웃는다는것을 알게 되였어요. 가옥어린이는 참 총명하지요?》
어린이들의 창의력은 환경, 교육 요소에 의해 개발, 배양되기도 하고 억눌리우기도 한다. 시시각각 어린이들의 창의력의 싹을 발견하고 그 싹이 잘 자라도록 부추겨주는것이 우리 교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 박용년(길림성 통화시조선족유치원)
편집/기자: [ 신정자 ] 원고래원: [ 길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