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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움직임의 미학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2.29일 15:51
어느날 나는 새끼상어와 어미붕어를 한 어항에 넣어 함께 살게 하였다. 이전에도 어미 붕어만 넣어서 기른적 있었는데 얼마 살지 못하고 죽어서 이번에는 두마리를 넣어 기르면 혹시 어미붕어의 수명에 그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서였다.

나는 한가할 때면 물끄러미 어항속 고기들이 노니는 정경을 들여다 보군 하는데 오늘도 례외가 아니였다. 고기도 함께 놀아주는 친구로 해서 아마도 즐거울거라고 생각하니 저도 몰래 기분이 좋다.

새끼상어는 수시로 큰 붕어를 쫓아 가서는 붕어의 궁둥이를 물고는 끌리워 다닌다. 붕어는 이리저리 피해 다니지만 끈질긴 상어는 놓아주지 않아서 붕어가 잠자코 있지를 못한다. 어미붕어는 잠간이라도 쉬고 싶겠건만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까불이 새끼상어때문에 자꾸 움직여야하니 얼마나 힘들가 하는 걱정도 해보았다.

문득, 우리 부부가 련상되였다. 나는 느슨한 ‘붕어’이고 안해는 꼭 ‘새끼상어’같다. 집안의 ‘새끼상어’는 끝없는 푸념과 잔소리로 나라는 ‘붕어’를 진정못하게 하고 끝없이 움직이게 한다.

늦잠자려는 나를 소리쳐 깨워 놓고는 장판을 닦으라 하고, 수염깎으라고 떠들어대고, 밥먹을때엔 음식을 가리지 말라고 눈을 흘긴다. 담배를 피우려면 밖에 나가서 피우라고 소리 지르고, 텔레비를 볼라치면 좋은 날씨에 밖에 나가 운동삼아 걷다가 오라고 들볶는다. 또 누워있을라 치면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시키고 택배소에 가서 물건을 찾아오라고 끝도 없이 일을 시킨다. 어찌보면 안해는 어항속의 새끼상어보다 더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어항에서는 새끼상어가 어미붕어를 힘들게 굴고 집에서는 안해가 나이 많은 나를 힘들게 군다. 그래서 안해가 고깝게 생각될 때가 많았는데 오늘 문득 깨닫는 것이 있다.

어항속의 새끼상어는 심심풀이로 어미붕어를 움직이게 했겠지만 그래도 그런 새끼상어가 있었기에 어미붕어가 끝없이 움직거려야 함으로 날로 행동이 더 빨라지고 또 더 활기로워질수 있지 않았을가? 사람 역시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쉼없이 움직이는 가운데서 생기를 잃지 않게 되고 건강해질수도 있는 것이 아닐가?

안해의 끝없는 푸념과 잔소리속에서 나는 이미 장판 닦는 것이 습관됐고 어렵지 않게 7-8천보를 걷는다. 또 이전에 나를 절망에로 몰아갔던 우울증이 어느새 없어졌고 심장병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증세가 그 전보다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아마도 매일 가무일을 하는것으로 많이 움직였고 운동도 열심히 한 덕분인것 같은데 만약 안해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냥 게으름속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는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속담에 “부부간도 일이 사랑이다”란 말이 있는데 내가 집안 일을 많이 하니 안해와의 사랑도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안해는 퇴직후에도 가정을 위해 돈벌이를 하느라 또 일을 찾아하고 있는데 집에서 노는 내가 안해를 돕지 않는다면 좋은 남편으로 될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면 안해와의 사랑도 깊어지고 내 몸도 좋아지는데 이같이 ‘꿩 먹고 알 먹기’식의 좋은 일이 어데 더 있으랴?

상념에 젖어있는데 어항에서 새끼상어가 또 어미붕어를 가만히 그냥 놔두려 하지 않고 서로 치닥거린다. 나는 어항에서 눈길을 떼고 출근 나간 안해를 생각하고는 서둘러 집안청소를 시작했다. 움직이니 몸도 마음도 거뿐해났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살아가면서 움직임이 너무 적다. 텔레비죤도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없이 원거리 조종으로 켜고 끄고, 밥을 지어도 더는 이전처럼 부엌을 오르내리는 움직임이 없이 전기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니 매우 편한다. 그리고 무슨 물건이나 외식같은 것을 사도도 전화 한통이면 집까지 배달해준다. 살아감에 있어서 날따라 편안해지긴 하지만 그만큼 움직임이 적어서 그게 문제다. 일반적인 작은 문제가 아니고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큰 문제로 된다. 그것을 우리가 하루이틀사이에 느끼지 못하고 깨우치지 못할뿐이다.

안해의 잔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피동적인 움직임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나는 미학적인 견해에서 바라보고 또 즐기고싶다.

/고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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