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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4.09일 14:50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라는 노래가 있는데 나에게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가 있었다.

며칠 있으면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난지 12주년 기일이여서 설겆이를 끝내고 습관대로 폰을 열고 엄마사진에 눈길이 멈추었다. 마음이 몹씨 쓸쓸하다. 그때 마침 ‘딸랑’ 하고 위챗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매일 어김없이 문안인사를 보내오는 친구 언니가 동영상과 함께 “좋은 종목 보내니 동생 잘 봐요”라는 글까지 달아 보냈다.

“좋은 절목이면?” 혼자 중얼거리며 동영상을 클릭했더니 연길시문화관 무대를 배경으로 연변시랑송협회(송미자 회장)10주년 기념 경축공연 동영상이였는데 연변의 유명한 시인 리성비의 시 를 각본하여 무대에 등장시킨 다듬이 방치질 소리였다.

때로는 홀로 앉아 때로는 마주 앉아

마을 뒤산 옹달샘 한 모금씩 뿜으면 안개 꽃 피여나고 … …

송미자 회장님이 리성비시인님의 시를 선택하고 또 정성들여 새롭게 편집하여 리복자, 김정자, 심영자, 장선숙, 리정희 등 다섯 어머니들이 흰 바탕에 자주색 바늬장 저고리, 검정 치마에 허리끈 질끈 동이고 머리엔 흰 수건 받쳐 쓰고 반듯한 방치돌과 마주 앉았다. 어머니들은 우리 조선족 녀성들만이 간직하고 있는 근로하고 알뜰한 형상을 더 한층 업그레이하여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는데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가 너무나도 정겨웠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탁탁!

그러지 않아도 엄마 생각 중에 이런 동영상을 보게 되니 마음은 저도몰래 아득한 추억속 48년전으로 돌아갔다….

1976년,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연변대학 입학통지서가 도착하자 온 집안이 모두 기쁨에 들끓었다. 그런데 엄마만은 무슨 고민이 있는 것처럼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 이튿날 원인을 물었더니 오빠의 결혼 준비로 솜표와 부표를 다 써서 대학가는 나에게 새 이불을 해 줄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엄마, 왜 그런걸 다 걱정해요? 집에서 덮던 이불에다가 학교가서 씻기도 불편한데 부표 안 받는 색상이 어두운 것으로 하면 되는걸 가지고...”

“그건 아니지.대학교 가는 것도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대사이고 경축할 일이니 네가 학교가서 공부 잘할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꼭 새하얀 이불을 해야지”

이튿날부터 엄마가 련속 3일간 친구들 만나며 노력한 결과 끝내 구했다. 엄마는 진짜 하늘에 별따기마냥 어려운 일을 해결했다며 그렇게 기뻐하시는 것이였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볼수 있었고 또 상점에서 산 흰 광목천을 새하얗게 바래여 첫날 이불안 하는데 들이는 공력과 정성도 그때에 잘 알았다.

엄마는 이불안감을 머리에 이고 강가로 나가 빨래 방치로 팡팡 두드린 후 강물에 헹구고 비틀어 물기를 꽉 짜서 집 울안 바줄에 널어 마르면 또 걷어서 강가에 나가 두드리고 아무튼 하루에 몇 번인지 모르고 좋은 해볓에 마르기만 하면 다시 들고 강가에 나가셨다. 이렇게 며칠 반복하니 확실히 그 누느스름하던 광목천이 새하얗게 바래지는 것이 알렸다. 엄마는 또 찹쌀가루로 풀을 쑤어 이불안에 골고루 뿜어 약간 누기가 있을 때 잡아 당기고 또 접어서 밟고 나중엔 토닥토닥 탁탁 련속 이틀간 다듬이질하여 반들반들한 이불안을 만들었다.

와! 새하얀 첫날 이불안이 이런 신고를 겪어서 나오는 구나! 우리 민족은 참으로 깨끗하고 너무 대단해!

여름에 창문을 활짝 열어 재끼고 너무 신나게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를 듣고

아래 집 아줌마는 혹시 누가 결혼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지만 자랑스런 우리 민족 엄마들을 내놓고 또 누가 이런 정성을 담아 자식의 이불을 해줄수 있단 말인가! 세상 천하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그 해 겨울, 엄마가 강가에 나갔다가 바로 나의 이불 할때 엄마한테 솜표와 부표를 해결해 준 그 집에서 아들 결혼식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떡하지? 부조를 해야 하는데... 그 때 그 집에서 자기네 집의 천표가 부족하니 또 친척집 것까지 합하여 얻어 준 너무 고마운 분인데 바쁠때 서로 도와주는 것이 마땅한 것이였다….

드디여 엄마의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70년대에는 결혼식을 집에서 했는데 찰떡은 하기 쉬우니 집에서 직접 할수 있으나 신랑 신부 큰 상에 쓰는 쉰 떡은 웬만한 솜씨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여 아예 하지 않는 집들이 많았다.

마침 엄마는 외할머니한테서 물려 받은 쉰떡과 손 두부를 잘 앗는 재간이 있어서 평소에 우리들에게 자주 해 먹이였다. 이 기회에 엄마는 결혼 집 부조를 술 두병하고 이외 써비스로 아버지가 불을 때며 온 밤 쉰 떡을 한 다라 가득 해 드렸다. 이튿날 결혼집에서 난리가 났다. 이렇게 이쁜 떡을 누가 했냐며 칭찬을 하는데 바로 입소문이 나가 그 후에 결혼하는 집마다 겨끔내기로 엄마한테 청을 들었다.

허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특히 그 쉰떡은 다른 떡과 달리 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먼저 쉰떡 쉼과 쌀가루 비례를 잘 맞추어 반죽을 하는데 쉬임이 다 되여 찌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기술이다. 또 수량이 많아 초저녁부터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찜 가마에 찌기 시작하면 새벽까지 하는 것은 보통이다.

엄마라고 왜서 피로한줄 모르고 집에서 휠체어 타시며 혼자 계시는 아버지는 또한 얼마나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랴! 허나 아버지와 엄마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하는 일이고 또 한 동네에서 상호지간의 우의를 도모하는 일이기에 아버지 역시 자기 걱정 말고 도울수 있는데까지 해 드려라고 말 한 마디라도 고맙게 하시였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탁탁... 친구 언니가 보낸 동영상속의 어머니들은 여전히 다듬이질을 잘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더더욱 존경하는 엄마 사진을 보면서 나누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엄마가 내가 대학교를 갈때 그렇게 힘든 천표를 구해 새하얀 이불을 해주고 그 은혜를 갚느라 밤을 지새우며 쉰떡을 해준 것이 무척 감사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보물중의 보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모는 나의 거울이였다는 것이다.

70년대 초, 집체로 농사 지을때 봄가을이면 생산대에서 집집마다 땔나무 장만하는 시간을 정해준다. 그러면 무조건 꼭 그 시간내에 산으로 나무하러 다녀야 했는데 유독 우리 집만이 오빠가 군대에 나가서 엄마와 나 녀자 둘이서 15리 상거한 산에 가서 나무를 해야 했다. 동북의 이른 봄, 산등성이 눈도 녹기전에 신발에 새끼를 동여매고 허리에 점심밥을 차고 산속에 들어가 조막도끼로 자작 나무 뿌리를 쳐서 새끼로 단을 묶었고 또 목에 바줄을 걸고 한단한단 겨우겨우 산기슭까지 끌어내린 나무를 생산대에서 소수레를 배치 못하여 도적 맞혔던 일, 나무를 실어 오다 산길에서 소수레를 번져 다시 싣고 오느라 밤 7시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던 일, 겨울에 구새목이 얼어 붙어 벼짚과 신문지를 태워 얼음 고드름도 녹히고 28년간 휠체어 타시는 아버지를 모시며 소갈데 말갈데 가리지 않고 궂은 일 다 하시면서 언제 한번 눈물 흘리거나 한마디 원망의 하소연 한적없이 항상 힘을 돋구어 주셨던 엄마, 엄마는 인생의 험난한 길을 어떻게 박차고 나가는가를 명백히 지도해준 도사이고 스승이시였다.

그런 엄마의 지극 정성과 따뜻한 사랑이 나를 반듯하게 키웠기에 나는 10여년간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었고 또 남방에 가서 10여년 있었음에도 가정을 위하여 억세게 살아왔고 맡은바 사업을 잘 완수하고 자식 둘을 다 대학까지 졸업시켜 사회에 내놓았고 지금은 나에게 속하는 행복한 만년을 보내고 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탁탁... 핸드폰 동영상속의 어머니들은 점점 더 신나게 다듬이질을 하고 있다. 나는 두손 모아 빌고 빌었다.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깨끗하고 부지런한 미풍량속을 지켜가는 멋진 어머니들의 형상이 더 많이 선보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김성옥(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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