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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몽유병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12.04일 15:23
(목단강) 신영애

  물건은 벽에 겨우 붙어 있었다. 마치 파리채에 맞아 아무렇게나 으깨진 파리의 사체같은것이 어느 한 부위만 벽을 딱 잡고 붙어서 허공에 들린 대부분 몸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물건은 이미 단단한 경질고체로 굳었다.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튕겨나오며 짧은 비행을 하다가 벽을 만나 세차게 입맞춤을 한후 그대로 증발되고 마르고 경질고체로 변한것이 분명하다.

  그는 몇번이나 다시 확인해 보았다. 서얼마하며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물건은 젖버듬히 비웃음을 번뜩인다. 그는 심한 구역질을 느꼈다. 관장실에 어찌 이따위 저질이 있단말인가?

  도무지 상상이 안간다. 손가락끝에 파내진 코딱지를 그대로 튕겨버리는 그 모습은 암만해도 A와는 련계되지 않는다. A라면 종이에 꼬옥 싸서 몇걸음 걸어 휴지통에 다가가 신사답게 버렸을것이다. 그는 A가 손톱을 깎고도 종이에 꼭꼭 싸서 몇걸음 걸어 휴지통에 다가가 신사답게 버리는것을 여러번 보았었다.

  그럼 B가? 어쭈! 너절한 령감태기 같으니라구? 생각이 B에게로 미치자 그는 욕부터 뱉어내는 자기의 소행에 더욱 놀랐다. 그는 얼른 입을 막고 문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 B가 벌컥 문을 떼고 들어왔다.

  역시 B는 군자가 아니였다. B는 차거운 물 한컵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옆구리에 끼고 온 서류봉투를 사무상에 콱 메쳤다.

  -제길할. 이걸 어디 일이나 해 먹겠어? 맬맬 쓸모없는 일로 들볶기만 하니. 이따위 시험이 우리 문화관과 무슨 상관이 있다구. 뮐해? 빨리 회의통지나 해.

  그는 화닥닥 일어나 허겁지겁 문을 나섰다. 그리고 한줌만하게 얼어붙었던 입으로 되알지게 뇌까렸다. 코딱지같은게!

  요즘 코딱지는 걸핏하면 화를 냈다. 하루가 멀다하게 우로부터 자잘한 행사가 조달되였던것이다. 전번주에는 법률시험이던것이 이번주에는 재정시험 그리고 오늘에는 주말인데도 세무시험이였다. 시험이라야 베끼는 일이 전부다.

  -다들 표준답안에 따라 열심히 시험을 치러야겠습니다. 비록 내용이 많고 시간이 많이 들겠지만 글씨를 정연하게 잘 써야겠습니다. 이번 시험 역시 종합소질을 제고하는 중요한 일환이라는걸 잊지 맙시다.

  코딱지의 시험전 동원은 제법 박력 있었다. 언제 화를 냈냐싶게 평온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도 모두 진지한 모습들이였다. 그는 코딱지의 붉은 코를 보며 코딱지가 물건의 임자가 틀림없다고 다시 한번 단정했다.

  그날부터 그의 두 눈은 자꾸 물건이 붙어 있던 벽에 흡인되였다. 물건은 이미 그날로 그가 비자루로 털어버렸는데 웬지 의자에만 앉으면 그는 그 벽부터 살피게 되였다. 그때마다 속도 따라 메슥메슥해 온다. 어릴적 주체할수 없게 흘러내리던 코물을 어쩔수 없이 슬그머니 나무나 바람벽에 문질러버리던 그러루한 기억도 따라서 질척거린다. 친구들의 말이 헛말이 아니였다. 공무원시험에 합격되였다고 으쓱해 할 때 어깨를 다독이던 친구가 있었다.

  -축하 축하. 이제 모난돌이 정을 맞는건가? 비록 자네가 먼저인게 아니지만.

  과연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다. 이번엔 파리사체가 아니라 모기사체만큼 했다. 역시 으깨진채로 어느 한 부위만 벽을 딱 잡고 붙어서 허공에 들린 대부분 몸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물건은 이미 거의 경질고체로 굳어 갔다. 손가락끝에서 튕겨나오며 짧은 비행을 하다가 벽을 만나 세차게 입맞춤을 한후 그대로 증발되고 마르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는 몇번이나 다시 확인해 보았다. 서얼마하며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물건은 젖버듬히 벽을 잡고 서서 비웃음을 번뜩인다. 그는 심한 구역질을 느끼는 동시에 경악했다. 이건 너무 치사하지 않는가?

  도무지 상상이 안간다. 손가락끝에 파내진 코딱지를 그대로 튕겨버리는 그 모습은 암만해도 A와는 련계되지 않는다. A라면 종이에 꼬옥 싸서 몇걸음 걸어 휴지통에 다가가 신사답게 버렸을 것이다. 그는 A가 상에 흘린 커피알갱이도 종이에 꼭꼭 싸서 몇걸음 걸어 휴지통에 다가가 신사답게 버리는것을 여러번 보았었다.

  그런데 물건은 뛸데없는 A의 걸작이다. 코딱지가 출장가고 련며칠 사무실에 그와 A만 있었던것이다. 그래도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구겨지는 A의 형상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A는 절때 맨 정신에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야. 아마 무슨 병일거야. 혹시… 몽유병같은 그런거. 그래 틀림없어. 점심마다 사무실 쏘파에서 휴식을 하는거니 잠결에 답답해서 코구멍을 우볐을것이고 저도모르게 튕겨버렸을거야.

  A는 언제 봐도 멋졌다. A는 코딱지의 명령에도 종종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가 A를 감싸고싶은지도 모른다. 전날에도 코딱지가 그를 닦아세우는데 A가 막아주었다.

  -햇내기들이 다 그렇지요 뭐.

  A는 그에게 커피봉지랑도 드문드문 건네주었다. 비록 반공실주임에 지나지 않았지만 관장인 코딱지보다도 직원들에게 더 대접을 받는듯 했다. 그는 종종 직원들과 수다를 떠는 A를 볼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A는 더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였다. 그에게서 A는 가엾은 몽유병환자로 전락되고 말았다.

  몽유병이 오래도록 출근하지 않는다. 코딱지도 아직 출장중인지라 그는 일약 이 관장실의 주인이 되였다. 그는 숨통이 확장라도 된것처럼 마음이 개운해났다. 더는 속이 울렁이지 않았다. 조용하고 화사한 시간들이 아늑하게 흘러갔다. 그사이 그는 막언의 작품집도 한권 다 읽었다. 책꽂이가 이제야 제구실을 하는 셈이다. 책꽂이는 바로 그 벽가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는 또 한번 초풍하리만치 놀랐다. 며칠 주의하지 않는 새에 물건이 또 그 벽에 나타났던것이다. 비록 위치는 많이 이동되였지만 여전히 그 모습이다. 으깨진 좀나비의 사체처럼 어느 한 부위만 벽을 딱 잡고 붙어서 허공에 들린 대부분 몸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물건은 어느새 단단한 경질고체로 굳어있었다.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튕겨나오며 짧은 비행을 하다가 벽을 만나 세차게 입맞춤을 한후 그대로 증발되고 마르고 경질고체로 변한것이 분명했다.

  그는 몇번이나 다시 확인해 보았다. 서얼마하며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물건은 젖버듬히 벽을 잡고 서서 비웃음을 번뜩인다.

  도대체 누구냐? 누구! 그는 악에 받쳐 비자루를 휘드루며 물건을 마구 쥐여 팼다. 신경질적으로 그리고 거의 히스테리에 가깝게. 먼지냄새가 매캐하게 확산되여 간다. 별안간 그의 동작이 허공에서 굳어졌다. 그의 얼굴이 해쓱하게 일그러진다. 혹시… 혹시… 나도 몽유병?! 사무실에 나 혼자뿐이 아닌가? 순간 울럭임이 목구멍을 뚫고 솟구친다.

  그는 화닥닥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거기에 더 있으면 자기도 정말 몽유병환자가 될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뛰쳐나오고 보니 갈곳이 없었다. 다른 사무실들은 들어갈 리유가 없었고 설사 리유를 만들어 들어간다 해도 그것은 잠간이였다. 그렇다고 찾아가 수다를 떨수 있는 동료도 아직은 없었다. 하는수없이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싱겁게 천천이 걸어 3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내렸다. 그리고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화장실 문을 밀었다. 찰나 이상한 소문을 듣고 말았다.

  -야, 그 놈이 끝내 일을 치는군.

  -하긴 혼자서 지낸 시간이 얼만데. 아마 거의 10년은 될거야. 잘 참는다 했더니?

  -그 바람에 마누라가 미국에서 돌아왔다더군.

  -돌아오면 뭘해? 이미 엎지른 물인데. 그렇다고 리혼을 해? 지금은 다들 그러고도 잘 살기만 하더구만. 서로 눈감는게 상책이 아니겠어?

  -그래 그래. 몽유병을 한셈치면 되지 뭐.

  … …

  그는 몸에서 무엇인가 귀중한것이 스르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괴로왔다. A처럼 인품 좋은 사람이 내연녀를 두는거 같은 부덕한 일을 저지른다는게 물고기 뼈가 목구멍에 걸린것처럼 괴롭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너그럽게 헤아려주는 화장실 그 사람들도 리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일을 몽유병으로 묵과하다니?

  그는 종종걸음으로 층계를 달아올라가 3층에 이르렀다. 발걸음은 그냥 사무실로 이끈다. 그런데 사무실문이 열려져 있었다. 접수실 직원이 코딱지의 상우에 우편물과 신문잡지를 배달하는 모습이 언뜻 비친다. 문득 그는 무엇인가 색다른것이 몸속으로 비집고 들어옴을 느꼈다. 원래 이 관장실을 나드는 사람이 그와 코딱지 몽유병 셋뿐이 아니였다. 비록 현재 코딱지와 몽유병은 없어도 문건을 교부하는 임직원들을 비롯해 접수원 청결공 지어는 손님들도 수시로 드나든다. 그런즉 벽에 붙어있는 저 해괴망측한 물건을 어찌 코딱지와 몽유병 그리고 나 세사람의 짓이라고만 단정할수 있으랴. 아마 누구나 다 그 물건의 임자가 될수 있을것이다.

  그는 끝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맥없이 의자에 쓰러졌다. 오래도록… 오래도록…

  얼마후 그는 벽에 나타나는 그 물건이 별로 역겹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더는 그 벽에 신경을 쓰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벽에 나타나는 그 물건을 외면할줄도 알게 되였다. 그는 나날이 성숙되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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