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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누군가에게 좀더 가까운 이름으로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12.03일 16:10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갖고있다. 이름은 옷처럼 철에 따라 장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바꿀수 있는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이 태여날 때마다 아주 신중하게 작명을 한다. 그 생명의 사주를 정확히 분석하고 오행에 알맞게 필요한 기운을 치밀하게 체크하면서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우리는 그 이름이 권력과 명성과 그리고 부에 대한 성공을 가져다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진짜로 그런 화려함을 가져다준다는 근본적인 의거는 없다. 또 우리가 그걸 의심스러워하는것도 명백한 진실이다. 다만 이름에 그토록 매달리는 리유는 그 가능성에 조금 더 접근할것이라고 믿고싶기때문이며 그 믿음으로 아직은 부족한 자신을 위로하고싶기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흔들림없는 온전한 믿음이 아님을 잘알기에 믿으려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있다. 사람은 가끔 현실보다는 비현실에 의지하여 살아가려는 때가 훨씬 더 많은가부다.

이름은 과연 한 생명의 운명을 결정하거나 령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필요한것일가? 어쩌면 그것은 무한한 우주공간에서 익명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혼란스러워 딱정벌레나 강아지풀이나와 같이 세상의 질서와 편리를 위해 잠시 붙여놓은 표식에 불과할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름을 불러보면 그 이름은 묘하게 그 사람을 닮아있는 경우가 있다. 이름처럼 아름답거나 이름처럼 정직하거나 이름처럼 행복하거나 이름처럼 빛나거나…

그래서일가. 사람들은 가끔 살다가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철저히 바꾸고싶다는 뜻이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의 삶을 담고있는 이름을 바꾼다면 과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과거가 전혀 없던 일로 만들어질가? 새로운 삶이 예기치 못한 희열과 함께 찾아와줄가?

이 세상에 널리 그리고 오래도록 이름을 날린 수많은 시인이나 화가나 철학자나 현인같은분들은 과연 이름의 도움을 받았을가? 만약 이름이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가정한다면 수습할수 없는 경악스러운 일도 참 많이 생길것 같다.

끔찍하게 나쁜 일을 저지르고도 주어진 이름이 그렇게 하도록 내 육체를 시킨거라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악을 쓰지는 않을가? 한껏 비렬해지고도 내 령혼은 순결하며 나는 바른 마음으로 살고싶다고 강변하지 않을가? 자신의 모든 잘못에 대해서 량심의 가책을 면제받으려고 하지 않을가? 사실 사람은 이분화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분명히 제 의사가 아니면서도 어떤 배반의 의지가 내리는 강렬한 명령에 의해 어떤 행동을 행하고는 돌아서서 인츰 그런 부끄러운 자신을 엉엉 울어버리기도 하니까.

나는 내가 미처 몰랐고 또 허용한적도 없는 나의 이름과 지금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있다. 나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그들은 구경 어떤 내가 되여주기를 바랐을가? 저명하다거나 위대하다거나와 같은 수식어가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가? 바르거나 착하거나 진실하게 살아가면서 모든이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가? 평범하지만 고요한 평화속에 살면서 자신만의 소박한 행복에 젖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가?… 이름 없는 생명체로 태여나서 이름을 가지면서부터 누구도 가르쳐준적 없는 나의 세계를 살아오게 되였다. 그동안 비록 내 이름은 내가 꿈꾸는 모든 곳으로 데려다주지는 않았지만 무능한 내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만큼으로 무난하게 살아갈수 있도록 했으니까 나는 이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준이들에 대한 정의감을 자랑하면서 모범적인 태도로 내 이름을 사용하고있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고있는 여러 이름들을 불러본다. 음절 하나하나의 발음이 모여오듯이 눈, 코, 입이 모이고 주름이 모이고 목소리와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그 사람을 이룬다. 더러는 특유의 옷차림이나 냄새나 머리카락이나 얼굴의 기미나 종아리 같은 부분적인것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것들은 나에게로 다가와 사랑이 되기도 미움이 되기도 고마움이 되기도 실망이 되기도 행복이 되기도 아픔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다가와 무엇이 되여주든지를 막론하고 그 인연들이 나와 더불어 살아주었음에 새삼스레 고마와진다. 현생에 옷깃이라도 한번 스치려면 전생에 삼천번이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곁으로 흘러가버렸거나 지금까지 가까이에 머물러 있어준 따스하고 향기로운 이름들을 오래오래 사랑하고싶다.

나의 이름을 불러본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였을가를 생각해본다. 언제나 쉽게 울며 엄마의 품속으로 기여들던 겁많은 녀자애로? 술에 잔뜩 취한채 목소리를 높이던 아줌마로? 가끔가다 글을 쓴답시고 시나 수필을 함부로 긁적이는 녀자로?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차올라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현명한 해결책 하나 없는 무지한 엄마로?… 기실 내 이름은 수많은 나를 담고있다. 외로워하고 고집을 부리고 두려워하고 의심하고 변명하고 슬퍼하고 초라하고 방황하고 합리화하고… 그러나 더러는 조용하고 다정하고 리해하고 용서하고 노력하고 깨달아가고 행복하고 감동하고… 살아오면서 정신에 담긴 내용물이 쉬임없이 바뀌여왔다. 수없이 내 이름의 내가 죽어가고 수없이 내 이름의 새로운 내가 태여나군 했다. 그리고 나는 내 뜻과는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기억되였다. 그렇게 한 개인에게 하나의 나로 기억됨으로써 나는 그외의 수많은 나를 그에게서 단호히 거부당한것이다. 그것이 서로 이름을 알고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미묘한 거리감 같은것을 느끼게 해줄 때가 있다. 그때면 막연하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크게 상처를 받게 된다.

간혹 누군가가 아플 때, 힘들 때, 할 일이 없어 심심해질 때, 혼자 밥을 먹어야 하거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거나 좋은 일이 생겼는데 괜히 외로워질 때 어쩌다가 한번쯤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충분히 행복할것 같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있는 사람들중 더러에게는 기억되고싶지 않은 이름으로 버려지더라도 더러에게는 끝내 떠올려지지 않는 이름으로 잊혀져가더라도 더러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기억된 이름으로 남고싶다.

내 가슴속에서 이름 하나를 꺼내여 간절한 그리움으로 불러본다. 누군가도 저 멀리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고있을것이라는 지울수 없는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주향숙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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