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이 잇따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워싱턴DC에서 일어났다.©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비무장 흑인을 체포,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들이 잇따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을 마비시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 보스턴을 비롯해 서부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됐다.
지난 7월 거리에서 백인 경관에 의해 에릭 가너가 숨진 뉴욕 맨해튼에서는 "정의가 없이는 평화도 없다", "빌어먹을 체제가 문제"라는 구호가 잇따랐다.
시위대는 워싱턴스퀘어에서 5번, 6번가까지 약 6km에 이르는 도로를 봉쇄하고 "정의를 달라"고 촉구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리로 나온 쇼핑객들은 보도에 선 채로 시위를 지켜봤고 주민들도 아파트 창문을 열고 불어나는 시위대를 지켜봤다.
이날 뉴욕 시위를 조직한 한 시위대 대표는 확성기를 통해 "뉴욕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겠다"고 소리쳤다.
경찰과 시위대는 시위에 수천명의 인원이 참가했다고만 밝힐 뿐 정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의 사태를 비해 경찰이 대거 배치됐지만 이날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의회 건물로 이어지는 수도 워싱턴DC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도 약 4만명의 시위대가 "인종차별적 경찰을 막아라", "숨을 쉴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원은 도심으로 진입해 거리를 막기도 했다.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가너가 경찰들에게 제압당해 목졸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외쳤던 말이다.
가너가 10여 차례에 걸쳐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음에도 대니얼 판탈레오 경관이 계속해서 목을 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뉴욕을 중심으로 가너의 생전 마지막 말을 구호로 외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특히 최근 퍼거슨에서 비무장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이어 뉴욕에서 에릭 가너를 목졸라 숨지게 한 또다른 백인 경찰 대니얼 판탈레오가 잇따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시위는 나날이 격화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 시위에는 가너와 브라운의 유족 외에도 장난감 총을 갖고 놀다 사살된 12세 소년 타미르 라이스의 가족과 2012년 플로리다주에서 백인 자경단의 총에 숨진 10대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의 가족도 동참했다.
가너의 미망인 이소 가너는 시위대를 향해 "에릭 가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딸, 아들, 조카,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도 시위대가 서포크카운티 교도소 인근을 지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수감자들도 교도소 창문으로 환호를 보내며 동참했다.
시위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계속됐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는 대학교 정문에 흑인 남성의 모습을 본딴 모형이 '숨을 쉴 수 없다'는 배너와 함께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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