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 기자] 앳된 얼굴 때문일까,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일까. 배우 이종석에게 성장형 캐릭터는 맞춤옷과 같다. 그가 전작 KBS 2TV '학교2013',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어른이 돼 가는 소년을 그렸다면,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에선 성장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피노키오' 13회에서 하명(이종석)과 유래(이유비), 인하(박신혜)와 범조(김영광 분) 등 신입기자 4인방은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이들은 보이는 현실과 전혀 다른 진실을 조금씩 깨달으며 갈등했다.
특히 네 사람은 송차옥(진경) 앵커의 조작보도와 관련해 취재를 하던 중 사망진단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송차옥 앵커의 무죄를 확인시켜줬다. 송차옥에 대한 복수도 중요했지만, 그와 똑같은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한 하명의 선택이었다.
하명은 송차옥에게 계란을 던지며 시위를 하는 버스 운전회사 사장에게 "이 사망진단서를 조작하셨죠? 왜 조작하셨죠?"라며 진실을 공개했다. 이에 송차옥은 "지금 뭐 하는 겁니까"라며 저의를 의심했고, 하명은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13년 전 당신이 했어야 했던 일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명이 송차옥에게 던진 "당신은 기자가 맞습니까"라는 질문은 자신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하명은 송차옥에 대한 적개심, 인하에 대한 사랑으로 방송기자가 됐다. 하지만 수습기자로서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진실된 보도의 중요성,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냉철함 등 깨달음을 얻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기자로서의 성장은 극심한 성장통의 댓가였다. 오보의 피해자였던 하명은 자신이 오보를 낸 당사자가 되면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고, 형 기재명(윤균상)의 범죄를 직접 폭로한 후 엄청난 죄책감을 짊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했다.
이 사연 많은 남자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것은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 그리고 이종석의 몰입도 높은 연기 덕분이다. 숨 돌릴 틈을 주는 애틋한 로맨스신과 유쾌한 코믹신이 있지만, 그가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은 따로 있다. 풍성한 감성이 돋보이는 눈물신이나, 진경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갈등신이다. 이종석이 이토록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였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다.
하명은 앞으로도 성과를 이루고 실수를 반복하며 기자로 성장할 예정이다. 이종석이 '성장형 배우'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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