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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상하이 압사 사고는 이것 때문…

[기타] | 발행시간: 2015.01.03일 10:31

"군중에 꽉 막혀서 숨쉬기조차 힘들었어요."

사상자들이 실려온 병원에서 만난 청년 쉬이 씨, 그는 사고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뒤 종적을 감춘 친구들을 찾아 병원을 헤매고 있었다.

새해맞이에 나선 행인들끼리 서로 엉켜 쓰러지고, 다시 수많은 군중들에 짓밟히고 깔리는 끔찍한 공황상태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상하이 압사사고 현장

2014년 마지막 밤, 중국 상하이 와이탄 강변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지금까지 공식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36명, 부상 47명이다. 어떻게 이런 참사가 빚어진 걸까?

▲ '가짜돈' 소문에 홀린 언론들

날이 밝은 뒤에도 공안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자, 동방망(東方網) 등 일부 신문에서 '가짜 달러 살포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된 소문이 사실인 양 기사화된 것이다.

사고가 난 천이광장 인근 빌딩에서 누군가 가짜돈을 뿌렸고 사람들이 그것을 주우려고 우르르 몰려가다 사고가 났다는 내용이다.

와이탄에서 발견된 가짜돈. 100달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변 주점에서 뿌린 할인권이다

이런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자 국내 다른 언론들도 일제히 이를 받아쓰기 시작했고, 이번 참사의 원인을 '가짜돈' 때문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사실 기자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 최상의 인과관계가 짜여진 셈이다. 대형참사를 부른 원인이 보잘 것 없으면 없을수록 그 사고가 안겨주는 충격은 커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 목격자들 "가짜돈이 뭔데요?"

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간 상하이인민제일병원, 친구를 찾을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20대 초반의 쉬이 씨는 사고 당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계단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막혀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요. 위에서 계속 밀려내려오고 경사져 있으니까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깔리기 시작했어요. 깔린 여자들이 막 비명을 질러대고 공황상태였어요."

인터뷰를 극구 거절하던 다른 젊은 목격자의 말도 비슷하다.

"완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니까요. 아래에선 올라가고 위에선 내려오고, 앞뒤 사람들이 다 바짝 붙어있었어요. 뒤에서는 미는데 앞사람이 넘어지니까 난리가 난 거예요."

몇몇은 심지어 기자에게 '돈과 사고가 무슨 관계냐', '가짜돈이 도대체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병원을 함께 취재하던 홍콩 봉황TV의 기자는 어디선가 주어온 가짜돈 몇장을 손에 쥐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장소와 시간이 다르다!

상하이 와이탄은 강 건너 맞은 편 푸동지역과는 달리 고층빌딩이 거의 없다. 그나마 높은 빌딩의 주소는 와이탄 18호이다. 바로 가짜돈이 살포됐다는 곳이다.

그러나 사고 현장과는 큰길 건너편 대각선 방향이어서 가깝지 않은 거리다. 직선거리 60미터로 실제로 느끼는 거리감은 훨씬 멀다.

결정적 증거는 CCTV와 사고발생 시각이다.

상하이공안국은 도로와 건물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가짜돈이 뿌려지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소수의 사람만이 종이를 주웠을 뿐 그것과 관련한 어떠한 사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기다 황푸강변 계단에서 압사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밤 11시 35분, 그러나 가짜돈이 살포된 건 그로부터 12분이 지난 11시 47분이었다.

상하이 참사가 '가짜돈' 때문이었다는 보도는 소문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한 오보인 셈이다.

▲ 사고 원인은 '당국의 유동인구 예측 실패'

당시 와이탄 지역 유동인구의 공식 집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공안은 구체적인 수치 제공 없이 "최대인파가 몰리는 국경일 휴일 기간의 유동인구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국경일 휴일이 일주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고 당일 얼마나 많은 인구가 이곳에 몰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우선적인 이유는 바로 이처럼 '예측을 벗어난 인구 쏠림'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인터뷰한 목격자들이 하나 같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처음엔 '붐비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려니' 했으나 나중에 녹음을 다시 들으니 '喘氣, 숨을 헐떡였다'는 말이 들린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야외에서도 갑자기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걸까?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분명한 건, 사고 당일 그곳엔 그만큼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사고 당일 와이탄 인파

긴급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야외 길거리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잘 아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군중들 속에 꼭 끼인 채 옴쭉달싹 못했던 경험이 있을테니 말이다. 기차표가 있는데도 사람들에 막혀 기차를 타지 못하기도 한다. 거대한 군중들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면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포감이 엄습한다.

중국의 공휴일 인파

문제는 경찰과 행정당국이 사전에 이 같은 인구쏠림을 예측하고 안전을 위해 적절한 지휘와 통제를 했느냐 여부일 것이다. 상하이공안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새해맞이 행사 규모 등을 고려해 인구유동량을 예측했다. 경찰력이 부족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가짜돈'은 원인이 아니며, 중국인 인구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찰과 행정당국은 사전에 보다 강력한 안전조치에 나설 수 있었다. 새해맞이에 나섰다가 끝내 새해를 보지 못하고 떠난 많은 젊은이들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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