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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추러갔던 젊은이들이 사창가로 몰려” 골치 아픈 스페인

[기타] | 발행시간: 2012.04.09일 03:00
밀입국 동유럽권 여성들, 인신매매범 마수 걸려

발렌티나가 ‘거리의 여인’이 된 건 두 달 전쯤이었다. 모국 루마니아를 떠나 스페인의 화려한 호텔에서 번듯하게 일하고 싶었던 그녀의 꿈은 한 남성을 만나면서 산산조각 났다. 스페인에서의 새로운 생활과 일자리를 도와줄 것이라 믿었던 그는 인신매매범이었다. 그는 그녀를 폭행하고 거리로 내몰았다.

“긴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받는 스페인에서 매매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페인의 느슨한 국경 단속과 부실한 관련법 체계로 발칸반도에서 많은 여성이 스페인으로 넘어오지만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인신매매범들의 손아귀에 빠져들고 있다.

2010년 스페인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만∼40만 명인 매매춘 여성 중 90%가 인신매매 피해자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또 인신매매범에 의해 매춘을 하게 된 여성들 중 30%는 발렌티나와 같은 사연을 지닌 발칸반도 여성들이다. 스페인은 2010년까지 불법 이민자 인신매매 금지법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1990년대 서유럽 각국은 소련 붕괴 후 경제 침체에 빠진 동유럽권 여성들이 대거 유입돼 인신매매단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유야무야되자 공공연하게 매매춘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혔다. 이 때문에 돈을 벌겠다며 선진 유럽국가로 밀입국하는 발칸반도 여성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달 스페인 경찰이 인신매매단에서 구출한 루마니아 출신 열아홉 살 소녀의 손목에는 소녀가 진 빚 2500달러(약 282만 원)를 표시한 숫자와 소유권을 표시하는 인신매매단의 바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매매춘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는 스페인에 ‘매춘 관광지’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과거에는 주로 중년 남성이었던 매매춘의 고객이 최근에는 주말 배낭여행으로 스페인을 찾는 젊은이들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바르셀로나 여성민권위원회는 “디스코를 추러 갔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사창가로 몰려들고 있다”며 “매매춘이 여행객들에게 오락의 일종이 됐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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