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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에서 '화정'까지...하필 왜 실패한 선조일까

[기타] | 발행시간: 2015.04.15일 13:38
[드라마 리뷰] 선조의 실패한 리더십이 안타깝다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 화정

ⓒ mbc

지난 13일 첫 선을 보인 MBC 월화 드라마 <화정>의 포문을 연 것은 한 회 만에 생을 마감한 '선조'(박영규 분)였다. 자신의 아들이었지만 광해군(차승원 분)이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한 아비, 사랑하는 애첩의 아들 대신 죽어도 될 만만한 존재로 세자를 책봉한 야비한 아비다. 그는 명의 고명을 핑계로 16세의 세자 대신, 왕후의 몸에서 난 어린 대군을 세자로 다시 옹립하려 한다.

이렇게 <화정>은 문제적 인물 광해군을 설명하기위해, 그 보다 더 문제적 인물이었던 아비 선조를 등장시킴으로써, 광해군이 가진 존재론적 고뇌를 설명해 낸다. 역사상 정당한 임금으로 대우받지 못한 채 군으로 남겨진 광해를 설명하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드라마는 왕가 사람들 사이의 투쟁 속에서 결국 다른 왕이 될 수 없었던 광해의 존재론적 한계를 설득해 낸다.

역사에도 유행이 있던가? 한때는 '정조'가 자주 등장했다. <화정>의 김이영 작가가 2007년 그린 작품도 정조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산>이었다. 그만큼 여러 사극들이 개혁 군주로서의 정조의 열망을 그려내기에 바빴다. 최근엔 백성을 두고 줄행랑을 친 선조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얼마 전 종영한 <왕의 얼굴>에서 부터, KBS1의 대하사극 <징비록>, 그리고 <화정>까지 실패한 지도자 선조의 모습을 다각도로 그려낸다.

<화정>은 선조를 자신의 아들을 정적으로 여기며 그를 몰아내려한 노회한 아비로 그렸다. <왕의 얼굴>은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면서 끊임없이 아들을 의심하고 조련하는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선조를 그려냈다. 자신의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해 관상에 집중했고 결국 자기보다 더 왕의 얼굴을 가진 광해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징비록>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징비록'의 저자 유성룡이지만, 드라마적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은 선조다. 김태우가 분한 선조는 임금이 될 깜냥이 안 되는 인물이 리더가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그린 걸로 보인다.



▲ 징비록

ⓒ kbs

백성들을 버리고 평양으로 도망간 선조. 그를 원망하는 일부 중신들의 시선에 선조는 반문한다. 그럼 내가 죽었어야 했냐고. 그런 시선을 의식한 듯 평양을 배수의 진으로 삼아 왜적들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자 한다. 군사를 모으고, 자신이 외면한 백성들의 환심을 사고자 손수 백성들에게 장국을 나누어 주는 등 솔선수범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하지만, 군령이 혼란을 겪는 시기였다. 자신이 임명한 군 지도자를 따르지 않는다 하여 소속 군관의 목을 치라는 명령을 내린다. 사실 그 군관은 임란 최초의 전승을 거둔 명장수였다. 잘못된 리더십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찌 바꾸게 되는지 낱낱이 고발한 셈이다.

드라마는 귀신같이 사람들의 정서를 복사한다. 너도나도 정조를 주인공으로 삼던 시기에는 그래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나라를 '구제해줄' 누군가가 등장할 거란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기대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잦은 선조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양한 접근방식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는 선조에 대해 한 나라의 리더로서의 그릇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중신과 백성을 다스리기 전에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인물이 선조였다. 그래 마음가는대로 자기가 끌리는 핏줄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모험을 벌이는 인물이었다. 아들 광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없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선조를 드라마는 끊임없이 복기한다.

결국 이러나 저라나 리더 깜냥이 없는 이가 리더가 된다면, 그래서 좁은 안목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그 역사가 어찌 되는지 선조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런 선조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자기 이해관계에 맞춘 리더십이 한 나라를 어떤 지경으로 끌고 가는지는 우리가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리더십을 복기하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쓰럽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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