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를 하거나 환자를 진찰하면서 손이 얼음장 같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얼굴은 달아오르는데, 무릎 밑으로 발까지 항상 시리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많다. 수족냉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인에 따라 치료를 달리 해야 한다.
손발이 차가운 이유는 크게 우리 몸의 열 생산과 열 분배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항상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인체의 대사를 통한 열 생산 자체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갑상선기능이 저하될 때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이고, 한의학에서는 양기(생명력)가 부족하다고 양허(陽虛)로 표현한다. 몸을 데워주는 따뜻한 약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추위를 많이 타지 않으면서 유독 손발만 차가운 것은 생산된 열이 온 몸 구석구석에 잘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긴장을 잘하고 손에 땀이 많은 경우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혈관이 수축되어 말초까지 따뜻한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차가워지는 것이다.
단지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거나 통증까지 있으면 목디스크나 경추관협착증이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손과 팔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단순한 수족냉증으로 생각해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손목을 많이 쓰는 일을 할 때 잘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당뇨 환자의 말초신경병증도 손발을 차고 저리게 만들 수 있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는 레이노 증후군에 의한 수족냉증도 많아지고 있다. 찬 물이나 찬 공기에 노출되었을 때 말단 부위가 붓고 창백해졌다가 피부 색깔이 다시 청색 자색 황색으로 변화한다. 따뜻하게 해주면 정상으로 돌아오고 통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증상일 때도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면역항체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전신성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에 동반되는 증상일 때가 많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말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고,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치료를 하면 된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걷기 운동이나 족욕이 도움이 되며,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건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더 있다.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 즉 비위의 기능이 사지말단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소화가 잘 안되어 몸의 중앙 부위에 기운이 꽉 막혀있다면 기혈이 말단으로 가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잘 체하는 아이들이 자주 다리가 아프다 하거나, 사지에 힘이 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족냉증이 있으면서 아랫배도 차갑게 느껴지고 소화기가 약하다면 먼저 위장기능부터 점검해보자. 배가 따뜻하고 속이 편안해지면,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손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