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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 아니었다면 … GPS도 영화 인터스텔라도 없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7.28일 08:47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더군요. 지금 우리는 핵무기 발명 이후 보이지 않는 새로운 유령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핵무기와의 싸움에서 꼭 이길 겁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도 몰랐다. 그가 발표한 상대성이론이 이토록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지를. 상대성이론은 한 순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기초가 됐다. 그 이론에 따라 등장한 ‘블랙홀’ 개념은 각종 영화와 문학작품의 소재로 쓰이면서 우주에 대한 인류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유엔은 이를 기념해 올해를 ‘세계 빛의 해’로 지정했다. 선포식은 올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우선 휴대전화 속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해 맛집을 찾을 수 없다. GPS 신호를 받아 길 안내를 해주는 차량용 내비게이션도 무용지물이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GPS 위성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시속 1만4000㎞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 위성도 마찬가지다. GPS 위성 속 시계는 지표면에 있는 것과 비교해 매일 0.000007초씩 느려진다. 단순히 느리게 가는 것만이 아니다. 시간은 중력의 영향도 받는다. 중력의 영향력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런 이유로 지상 2만100㎞ 상공에 떠 있는 GPS 위성의 시계는 지표면에 있는 우리 것보다 매일 0.000045초가 빠르게 흐른다. 결국 속도와 중력의 효과로 인해 GPS 위성의 시계는 매일 지구에 있는 시계보다 0.000038초 가 빨라진다. 큰 차이가 아니지만 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시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GPS가 가리키는 지도상의 위치와 실제 위치에 최대 10㎞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속 8㎞ 이상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에는 시차 보정 장치가 장착된다. 총알의 14배 속도인 초속 16㎞로 최근 명왕성을 지나친 탐사선 뉴호라이즌호에도 시차를 조절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워낙 빨리 날아가는 탓에 지구의 시간과 이 우주선의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도 존재하지 않았을거다. 상대성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발전소는 핵폭탄 개발 도중 탄생했다. 인류 최초의 원자로는 1942년 11월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54)가 미국 시카고대 지하실에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제조 계획)’의 일환으로 만든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다. 군사용 연구가 원자력 발전용으로 거듭난 것은 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안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5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창설됐다. 국내의 전기 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은 20%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전기 생산량의 70%가 원전에서 나온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인류가 조금 더 불편했겠지만 세상은 지금보다 평화로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이 본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요 소재인 ‘블랙홀’의 출발점도 바로 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 증명한 건 아니다. 블랙홀의 존재를 발견한 건 독일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1873~1916)였다.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풀어 답을 구한 슈바르츠실트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태양 질량의 별이 수축해 반지름이 3㎞로 작아지면 시간이 무한대로 길어지고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도 이해하기 힘든 우주 속 존재가 드러난 것이었다. 블랙홀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이니 그런 결론을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었다. 슈바르츠실트는 이런 결과를 적어 아인슈타인에게 보냈다. 아인슈타인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슈바르츠실트의 발견을 무시했다. 블랙홀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아인슈타인이 남긴 몇 가지 중대한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된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인류의 인식도 바꿨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이다. 프루스트는 1921년 물리학자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대성이론의 논문 한 글자도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시간의 개념을 바꿔놨다는 건 알고 있다”고 적었다. 망각과 기억을 담은 소설에서 시간은 상대성이론이 예견한 것처럼 엇갈리고 섞인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표 격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흐물거리는 세계도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았다. 남순건 교수는 “상대성이론은 인류의 인식론 지평을 늘렸다는 점에서 과학을 뛰어넘은 철학”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20세기 과학과 예술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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