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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오작교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8.27일 10:01
(흑룡강신문=하얼빈)위챗에서 '삘링'하고 메시지 도착음이 들려서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고3이여서 잠시 할빈음악학원에 가 음악집중훈련을 하고 있는 조카 호빈이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둘째이모,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감은절 보내십시오."

  유치원 대반때부터 지금까지 키워준 녀동생의 아들이다. 같이 있을 때는 공부때문에 나와 티각태각 마찰이 심했었는데...자식, 그래도 키워준 정은 아나봐. 메시지 한줄에 내 가슴이 훈훈해났다.

  메시지를 보고서야 오늘이 11월의 네번째 일요일- '감은절'임을 알게 되였다.

  일년의 막을 내리는 11월말에 감은절이 있다는것은 어찌보면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한해동안 고마왔던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라는 뜻이 들어있는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며 고마움을 가져본적은 한번도 없는것 같다. 조카의 메시지를 받고나니 나도 가슴으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고마운 사람은 누구지?

  물론 가장 고마운 분은 나에게 생명을 주고 키워주고 째지게 가난한 세월에 량표돈까지 맡아가면서 공부까지 시켜주신 부모님이시다. 그리고 기쁨이나 걱정이나 같이 나눌수 있는 수족 -형제들이다. 또 나같이 많이 부족한 부모를 만나서도 밝고 씩씩하게 자라준 내 딸 윤진이...많고 많은 고마운 사람들중에서 오늘 따라 마음에 와닿으며 눈물겹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에게 특별한 인연을 맺어준 오작교- 티없이 해맑고 깨끗한 사랑으로 띄워준 무지개다리우에서 영원히 끊을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맺어준 고맙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들이 바로 내 사랑, 나의 학생들이다.

  근 20년이 다 되여가지만 그날의 그 일은 어제 일처럼 너무 생생하다.

  애들은 체육시간이여서 나가고 텅 빈 교실에서 70명의 어문, 수학숙제책을 검사하다가 련속으로 들이닥친 가정일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다보니 어느새 숙제책더미에 머리를 묻고 쪽잠에 빠졌던것이다.

  한시간 수업이 끝났을거라는 제6감각으로 깨여나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지막한 "쉬-쉬-"하는 소리가 들렸고 떠들썩 하며 들어와야 할 애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리를 드는 순간 출입문가에 서서 식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있는 미나의 모습이 내 눈동자에 비꼈고 학급 애들은 도적고양이마냥 발끝으로 소리없이 살금살금 자기 자리로 들어가서 앉았다.

  내 옆에는 우리 반의 제일 키가 작은 꼬맹이 정령이가 더운물을 담은 양철고뿌를 손수건으로 감싸쥐고 서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령이는 애고사리 두손에 든 물고뿌를 쑥 내밀었다. "선생님, 더운물 마시세요."라고 하면서 배꽃같이 배시시 웃는다.

  이 보다 더 감동적이 영화 장면이 또 어디 있을가? 순간 내가슴에 솜뭉치가 꺽 막히면서 두 눈에 눈물이 솟아올랐다. "고마워!" 나는 그 더운물 고뿌를 받아서 후후 불면서 겨우 솟구쳐오르는 감동을 눅잦히면서 슬그머니 눈굽을 딲았다. 이제 여덟살, 아홉살밖에 안되는 어린것들이 그렇게 기특한 짓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날의 그 감동이 잊혀질가봐 나는 일기를 썼다. 그리고 내가 받은 그 감동을 혼자 갖기에는 너무 아까와서 한 학년조였던 강선생님한테 나의 일기를 보여드렸다.

  "글이 너무 좋은데. 한선생 이글을 수필로 고쳐서 잡지사에 보내 보오. 글감두 글두 너무 좋소"

  나의 글을 보신 강선생님은 연신 감탄을 하셨다. 하여 내가 쓴 '맑은 정' 교원수필은 나의 처녀작으로 '꽃동산'잡지에서 고고성을 울리게 되였다. 그 글이 발표된 날 나는 너무 흥분되여 잠도 오지 않았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들이 맺어준 인연이 있었기에 인생의 저조기에 넘어진 그 자리에서 오또기처럼 다시 일어설수 있었고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을 방황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낼수 있었다. 워낙 륙색이였던 내 인생에 한가지 색갈을 더 보태주 7색이 되였다.

  연해도시의 진출이 흥행하던 시기, 좋은 직장도 훌훌 버리고 한국으로

  금캐러 가던 시기도 흔들림속에서 제자리를 지킬수 있던것은 바로 나의 사랑스런 병아리떼들과의 끈끈한 정이였던것 같다. 선택이 아닌 선택이였지만 소학교 교원으로 된것이 참 다행이였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다.

  교단에 올라서면서부터 애들과 헤여질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였고 그들과의 희노애락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링게르를 맞으면서도 애들이 걱정되여 하루도 청가도 할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애들과 헤여질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는것을 실감한다. 가장 순진한 애들과 교감하며 산다는것이 너무 행복하다. 단지 자신의 선생님이라는 리유 하나로 선생님을 따르고 사랑하는 그런 가장 깨끗한 사랑을 또 어디서 그렇게 많이 받을수 있을가?

  나에게 소중한 인연을 맺어준 병아리떼들이 이젠 사회의 각 분야에서 떳떳한 일군으로 성장하였다. 오늘따라 너희들이 많이 보고싶구나. 너희들이 진심으로 고맙다. 내가 퇴직하는 그날까지 나와 아이들의 인연도 계속될것이다. 아, 내사랑,오작교!

/목단강시조선족소학교 한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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