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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또라이가 돼보라, 못 보던 게 확 들어온다"

[기타] | 발행시간: 2015.10.17일 03:02
청도를 '코미디 메카' 만든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

'철가방 극장' 대박

평일 공연은 2~3주 전, 주말엔 한달 전 예약해야

제1회 세계코미디페스티벌 18일까지 청도에서 열어

웃지 않는 개그맨

탤런트 시험 네번 낙방, 콩트 대본 쓰며 연예계로

국내 첫 심야극장 도입, 기발한 아이디어로 빵집·찻집 차려 인기

전유성은 ‘웃지 않는 개그맨’으로 이름났다. 그는 “나도 심형래처럼 해봤으면 좋겠다. 안 되는 걸 어떡하나! 하지만 나마저 웃으면 다 똑같지 않은가. 조금 다른 표정의 사람이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라고 했다./청도=김종호 기자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웃음의 고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코미디 전용 공연장에 매년 3만~4만명이 찾아온다. 올해는 '제1회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이 18일까지 열려 시내에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 모든 것이 청도에 살고 있는 '한국 개그의 대부' 전유성(66) 덕이다.




지난 6일 청도에서 전유성을 만났다. 시내에서 들녘 길을 10여분 차로 달려 산길로 접어드니 코미디 전용 극장인 '철가방극장'이 나타났다.




"코미디 배달 왔어요!"




철가방극장 배우 20여명은 전유성을 '시장님'이라고 부른다. 극단 이름이 '코미디시장(市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코미디 지망생들을 2년 동안 무료 교육한다. 지금까지 250여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황현희 신봉선 박휘순 김대범 등이 '전유성 사단'이다. 서울 토박이인 전유성은 2007년 청도로 내려왔다.




―청도가 고향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데.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방에서 살고 싶었다. 2006년 일 때문에 내려왔다가 버려진 교회 건물을 봤다. 그걸 리모델링해 '니가쏘다쩨'('네가 쏟았지'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식당을 열고 이듬해 청도에 둥지를 틀었다."




이 산속 극장에 전국 각지에서 관객이 모여든다. 평일 공연은 2~3주 전, 주말은 한 달 전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는 2009년부터 매년 여름 복날 즈음에 애완견과 함께 보는 클래식 음악회도 열어왔다. 그 이름은 '개나 소나 콘서트'다.




―어떻게 개를 객석에 앉힐 생각을 했나.




"라디오를 같이 하던 최유라가 어느날 애가 아프다며 울고 불고 했다. 알고 보니 자기 개가 아팠던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공연장에 오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 지난 7월 콘서트에는 관객 1만명, 개 3500마리가 왔다. 전국 최대의 개판이었다."




―개들이 짖지 않나.




"대개 주인이 안고 있어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개를 초대했는데 개주인이 더 좋아한다. '잘 키운 개 한 마리 열 아들 안부럽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첫 회 공연에 왔던 개가 새끼와 함께 다시 온 적도 있다. 이 콘서트 이후 보신탕을 끊었다."




'쇼쇼쇼' 콩트 대본 작가로 활동




전유성은 초등학교 때 영화를 몰래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학교가 끝나면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보러 온 어른에게 '저 좀 데리고 들어가 주세요' 하고 떼쓰는 수법으로 영화를 공짜로 봤다. 그러나 1968년 서라벌예대 연극과를 졸업할 때까지 탤런트 시험에서 네 번 떨어졌다. 그가 연예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건 1970년대 초 당시 최고 인기였던 TV 프로그램 '쇼쇼쇼'의 콩트 대본을 쓰면서부터였다. 이후 코미디언 겸 작가로 줄곧 활동해 온 그는 '한국 개그의 대부' 자리에 올랐다. '개그'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도 전유성이다. "코미디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1970년대 중반 새로운 코미디를 한다며 밤새 사전을 뒤져 찾아낸 말이 '개그'다."




전유성은 심야극장을 한국에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허리우드극장에서 일할 때 '헬나이트'라는 공포영화 시사회를 밤 12시에 하자고 했다. 마침 야간 통행금지가 풀린 해였다. '쌍쌍 공포 심야파티'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정신 나간 짓'이라고 반대하는 사장을 설득했다. 그날 밤 극장 앞에 줄이 서더니 1360석이 꽉 차고 입석까지 들어섰다. 얼마 뒤 서울극장에서 그걸 본떠 첫 심야 상영을 했다. 영화는 '애마부인'이었다."




1995년 서울 인사동에 냈던 찻집 '학교종이 땡땡땡'도 대박이 났다. 전국에 같은 이름을 표절한 가게들이 수십 개 생겨났다.




전유성은 지난해 청도에 빵집도 열었다. 빵집 벽에는 '충동 구매 실천하여 후회하며 살아보세' 같은 문구가 손님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웃지 않는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코미디 주연을 주지 않더라. 그랬더니 '배우' 대신 개그계의 '배후(背後) 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좋은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고 극 전체가 재미있어지는 법이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나




"세상에 불만이 많아야 한다. 가끔 눈 딱 감고 '또라이'가 돼보는 것도 좋다. 지금까지 못 보던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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