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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시리즈(1) 님의 유래담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4.26일 08:08
글 정호원


님이라는 말은 점점 인기어로 활용된다. 나중에 복합어처럼 두개 이상의 형태소가 모여 조사, 어미의 하모니를 더 확장할지 모를 쇄도로 일장 파죽지세이다. 합성어나 거듭씨처럼 파생어실질의 포장보완을 오롯하게 담당하니 말이다. 두루춘풍이라더니 어휘도 시대의 변색과 함께 각광을 받는 팔자가 별도로 있나보다. 고작 기존의 원색의미를 벗어난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새로운 스타일을 도금하는 언어기능인줄로 추정할가 한다.

그런데 《님》의 표기법이 한반도에서 왕창 부동함을 우리는 진작 잘 안다. 그만큼 동음이의어와 이음동의어로서의 복합요소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발음과 표의의 부동함과 동일함에서 나타나는 뉘앙스야말로 민족적이면서도 특이한 문화기호임을 승인하지 않을수 없다.

님을 임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림(临)과 련계시키는 사고법도 없지 않다. 여기에서의 림(临)은 림괘(临卦)의 준말로서 음양오행설에서 륙십사괘의 하나인 태괘(兑卦)와 곤괘(坤卦)가 거듭된것이다. 그리고 《-님》과 《-씨》를 잘 분별하지 않고 람용란용하는 어페가 빈발하는데 기실 알고 보면 전자가 사람을 대상으로 애인이나 애모의 피사체로 각광 받는 존칭어이다. 《-씨》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뒤붙이로 쓰이여 사람을 이르는 명사말뿌리에 붙어 《존경을 받는 분》이나 말하는 사람이 말 받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존대하는 분》이라는 뜻을 강조한다. 아마 기존의 《님》에서 파생돼 승격한 추가의미인지도 모른다. 우리 말 전래유머에서 유명한 문구를 꼽으라면 아마 《아버님, 머리님의 이마님우에 파리님이 앉았어요!》라는 패러디(parody)일것이다. 한편 님만 쓸 때는 명사로서 《님》과 같지만 체언에 붙이면 접미사로 선생님, 부모님, 아드님, 차장님 등 사람을 존칭하는 높임말이며 해님, 달님, 별님 등 어떤 대상을 의인화하거나 일컫는 다정한 높임말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결론적으로 《임은 님의 속용이다》고 아퀴를 지을수 있다.

귀납하면 《님》이라는 미칭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주요성분의 애칭이다. 조선 고종때인 1781(정조 5)~1880(고종 17)의 가객(歌客)인 박효관의 평시조가 유명하다.

님 그린 상사몽이 실솔(蟋蟀)의 넋이 되여

추야장(秋夜长)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생몰년대가 불명한 시인의 리비도(libido)는 불가항력적인 아가페를 호소한다. 당시엔 사랑이 인간의 고귀한 본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벽역(辟易)했고 미덕과 거리가 있는것으로 터부시했다. 애욕의 감정을 체면 혹은 체통이란 말로 은닉하고 수권(殊眷)을 경원시하는것이 사대부의 체신으로 알았던것과 직결된다. 오로지 기본 륜리인 충과 효만을 찬송하는 것이 소신적인 정도라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님》을 형상화한 창작충동은 개명신사의 선진적인 순발력이 아닐수 없다.

우리 민족의 님에 대한 집착도는 일종 력동적인 삶이 낳은 소산물이다. 시대의 연혁을 거쳐 민족의 애환을 달래면서 자체의 긴축된 에네르기를 펴나간 계주봉이였다. 오늘은 중국조선민족 그 생체생리형태에 나타난 횡단면을 통해서도 능히 여유로운 민족풍격을 심심찮게 일별할수 있다.

《님》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 또는 그러한 대상을 지칭하는 명사라는것은 다 아는 사례이다. 이 외에 좋은 일을 한꺼번에 겸하여 한다는 말이 덧붙는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민족성은 《님》이라는 단일어의 원초적인 단순성을 부단히 개혁해오는터이다. 한룡운의 《님의 침묵》을 평하여 조지훈이 《혁명가와 선승과 시인의 일체화》라고 말한것처럼 승격된것이다. 그동안 한룡운 시에 대한 연구는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입을 모았다. 첫째는 님의 정체성을 밝히는 연구이다. 둘째는 불교적 세계관의 련관성을 밝히는 연구이다. 셋째는 시의 상징, 역설, 은유 등의 기법적 측면을 밝히는 연구이다. 넷째는 력사 전기적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다섯째는 한시에 관한 연구이다.

임의 15세기 표기로는 《님》이다. 님의 조어는 《닏》이다. 닏>닐>닐임>니임>님>임으로 각기 변천했다. 신라의 왕칭중에 《尼师今, 尼叱今》은 《닏금》으로서 《님》의 조어가 《닏》임을 제시한다. 님의 조어가 분명하고 뜻은 주(主)이다. 그 근원적 의미는 사람의 뜻이라겠다. 국조신화의 님 관념은 사랑의 감정이 배제된, 출산가능의 배우자역할에 머무른다. 특히 녀성은 출산담당의 존재로서 지모신적(地母神的) 생산성을 구현한다.

임은 사랑의 대상이자 존중의 대상이다. 《님》의 통속적 의미는 단순히 임금이나 애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자기의 생명과 령혼을 다 바칠 삶의 집중적 초점을 상징한다. 따라서 님은 높고 귀하며 무궁한 가치와 거대한 힘을 지닌 존재로 통한다. 하여 감히 만물로 다종다양하게 그 포괄범위를 확장해오는터다. 조국, 우정, 고향, 자연, 리별, 리비도, 환상 등에 거쳐 관통되는 스케일(scale)을 부여한다. 민요에서의 로골화나 풍속에서의 형상성은 모두 님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있다. 님의 고유한 기존개념은 개인적 차원을 과감히 해탈해 국토. 민족, 호국, 진리 등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확장되였다. 임금에 대한 신하의 충정이나 향토에 대한 현념은 모두 님이라는 모체를 통해 적절한 대변자로 나서고 있었다. 접동새, 아리랑, 봉선화, 탑, 고개마루, 물레방아 등 특정된 사물을 통해 긍정과 부정, 은유와 직설을 교차시키고 있다. 중국의 시가에 나타나는 님은 대부분 연약한 녀성이 그리워하는 현실의 님이다. 《악부시집》(乐府诗集)의 《자야가》(子夜歌)나 《자야사시가》(子夜四时歌)는 대표적이다.

일본에는 우리처럼 《님》이라는 용어가 없다. 임금을 뜻하는 《님》은 기미(君, きみ)이고 가장으로서의 《님》은 가찌요(主, かちょう)이다. 우리민족처럼 님 단어에 내포된 농후한 색채야말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표식사례이다. 력사나 시어의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민질로 굳혀온 《님》의 이미지는 절대적으로 존경하고 따르고 우러러 보는 마음의 대상을 나타내는 총칭이자 기호이다. 즉 사랑, 우주, 정치, 종교, 토템, 국가, 가족을 분리해 생각한다는 법을 몰래 동일체계로 인식한 포괄적 언어 그 자체였다. 문화변수의 리념이자 그 구조를 형성하는 원형적 세포였다. 문학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작품의 소재로 다양하게 취급해온 내용물중에서도 전형적 대명사였다.

근대 문학 초기에 등장한 신체시에서의 님은 조국이나 조국애를 상징한다는데서 그 주제적극성을 지닌다. 최남선의 《우리 님》은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비유했다. 김소월, 한룡운에 이르러 님은 개성적 표현형식으로 나타난다. 두 시인의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모두 녀성이며 대상인 님은 남성이다. 그러나 표상의 허울을 팽개치면 식민지하의 방랑하는 민족 또는 빼앗긴 조국을 걱정하는 아픔의 절규가 금방 튕겨 나온다. 실현되지 않고 있는 리념의 갈등이나 토템적 진리 등 폭넓은 의미령역을 확보하고 있다. 직접 언표(言表)로 보여준다기보다 은밀한 언어로 복합요소를 보인다.

님을 둘러싸고 발전해온 그 연혁의 시대질서를 대충 료량했다. 작가의 내면적인 깊이를 재이기도 했거니와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여 인간창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매력도 만났다. 다양한 수사적 장치들이 어떠한 표현 효과를 갖는지를 체험할수 있는 계기로도 제공됨을 시인하지 않을수 없다. 객체적인 사념에서 출발된 감정계기라 할지라도 인간성을 내재한 정체적인 주제에서는 비범한 구상을 그려내지 않았던가!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는 고백처럼 애절한 통칭속에 폭넓은 광의미를 은닉시킨 수법은 개물성무(开物成务)의 기교만 아니라 적자생존이 잉태한 배달겨레 지혜소산물이다. 물론 사세부득이 고안한 피에조(piezo)일지라도 현세의 수용자립장에선 자칫 님비(NIMBY)현상으로 돼선 안된다.

님의 유래담을 통해 또 한번 배달겨레의 다양했던 생활양상과 야속했던 시처위를 발견하게 된다. 인고를 달래던 삶의 궤적에서 응어리로, 패물(贝物)로, 호신부로 포장됐던 패턴이 아니던가싶다.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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