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drink and chat in a gay bar on “the hill” in Itaewon, Friday.
/ Korea Times photos by Kim Jung-yoon
황혼 무렵 거리는 아직 조용했으나 ‘게이힐’의 바와 클럽들은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 이었다.
어떤 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 한 잔을 할 아늑한 곳을 찾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낼 대화 상대를 찾고 있었다.
게이힐은 한국의 게이 문화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해 왔던 이곳의 바 들 중 ‘올웨이즈 옴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게이 바로 알려져 있다.
개시를 알리는 첫 손님은 단골로 보이는 한 무리의 여성. 그들은 바텐더의 안부를 물으며 능숙하게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밝힌 박지용(20)은 “내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알았어요”라며 “중학교에 들어와선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내가 양성애자 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죠” 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편해요”라고 이태원 게이 힐에 자주 오는 이유를 밝혔다.
박군은 이어“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은 종로에서 모인다는데, 저는 이태원의 클럽에 와서 춤추고 노는 게 더 좋아요”라며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른 클럽들과 달리 가요를 틀어주는 클럽이 있어요. 게이들은 집에서 걸 그룹 안무를 연습하는 게 일종의 취미인데, 그 클럽에 가서 춤 추고 놀아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든 상관 안 해요. 내가 남자와 여자를 다 사귄다고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게 욕을 한다면 그건 그 쪽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라고 전했다.
이전에는 본인의 성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었다면, 오늘날 젊은 게이 세대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 한 층 더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이 바와 클럽은 게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성애자들도 점점 더 많이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태원에서 잘 알려져 있는 클럽인‘펄스’에는 매일 밤, 동성애자 뿐 아니라 이성애자들이 수백 명 씩 몰려든다.
단조로운 놀이 문화에 질린 젊은 세대들은 무언가 특별하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 이 곳에 온다.
“새로운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오죠.” “하루는 일반 나이트 클럽에 가고 또 하루는 여기에 오고 그래요.”이성애자 강진원씨(20대)는 말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최모씨(27)도 게이바의 단골 여성 고객이다.
“여기에 자주 오는 이유는 남자들이 치근대는 것에 대해 걱정 안 해도 되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죠.”
스위스와 유럽 등지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한국의 동성애 문화가 서구와 비교해서 아직까지 많이 닫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국 생활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게이 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 사회가 과거와 비교해서 동성애에 대한 공포증이라던가 차별이 누그러진 것 또한 사실이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요즘은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래서 장사도 잘 되죠.”
게이바 사장 폴 서(50)에 따르면, 이전에는 비밀스러운 게이 클럽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는 훨씬 더 배타적이었죠. 바에 갔던 이유는 잠자리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였다면, 요즘은 남들처럼 바에서 얘기하거나 클럽에서 춤을 추며 어울려요.”
이러한 변화가 유명인 홍석천의 2002년도의 커밍아웃이나 하리수의 미디어 노출로 인해 시작됐다고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보고있다.
게이가 등장했던 우리나라의 드라마뿐 아니라, ‘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은 미국 드라마나 ‘스킨스’와 같은 영국 드라마들 또한 국내에서 히트를 치면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서씨는 “게이 문화의 등장을 놀랍게 여기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며 “우린 항상 존재해왔고 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죠. 바에 가서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데이트하고. 차이점이라면 파트너가 남자라는 것 뿐 이에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