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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삶을 돌아보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5.01일 16:02
올봄은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다. 아침에 찬란한 해빛을 쏟아주다가도 출근하려고 집문을 나서면 금방 비를 후둑후둑 쏟아붓기도 하고 두터운 옷을 껴입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날씨가 을씨년스럽다가도 갑자기 하늘이 개이면서 불볕을 퍼붓기도 한다.

40대 중반인 나의 마음도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무거웠다 상쾌했다 한다. 따스한 해빛이 창문으로 비쳐들어 얼굴을 만지면 머리속에는 저도모르게 옛날 천진한 소녀였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미소를 머금게 된다. 하지만 주룩주룩 비줄기가 창문을 때리면 이젠 세파에 때묻은 거치른 중년아줌마가 내 모습이구나 하고 생각되면서 저도 모르게 이마살을 찡그리게 된다. 그만큼 나도 이젠 세월의 나무에 년륜을 꽤나 많이 새긴것이다.

하긴 남편의 갑작스런 병고로 얼굴이 해쓱해진 친구를 봐도 공연히 코마루가 시큰해나고 자식뒤바라지에 지친 동료들을 봐도 괜히 마음이 서글퍼지니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그래서 푸른잎이며 열매들을 가득 달았다가도 가을이면 훌훌 다 털어버리고 벌거벗은대로 겨울을 나고는 새봄이면 다시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부쩍 부러워진다. 요즘은 내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갓 사업에 참가했을 때 유난히도 인상깊게 들려왔던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

도시에서 태여나 귀엽게 자라난


쌍태머리 어여쁜 처녀선생님


산골마을 학교에 부임된 그날 밤


산이 설고 물 설어 울었답니다





1985년에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0세 꽃나이에 어느 시골학교의 교단에 처음 섰을 때 유난히도 마음에 와닿던 노래이다. 앞문을 열면 앞산이요, 뒤문을 열면 뒤산이라고 할 정도로 심심산골은 아니였지만 시내와 퍽 떨어진 낯선 시골소학교에서 교원사업을 시작하려니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 이 노래가 라지오에서 매주일가로 방송되였던것이다. 그렇게 배운 노래를 25년이 지난 지금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를수 있다. 그때 학교에서 가끔 교원오락모임을 할 때면 선생님들은 나더러 항상 그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다. 나에게 참 알맞는 노래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때 노래하는 나에게 박수를 쳐주시던 선생님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때 나는 가끔 아이들앞에서도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면 《헤헤, 선생님이 어디 쌍태머리예요? 단발머리지.》하고 키드득거리던 아이들의 장난기어린 얼굴도 그 애들의 이름과 함께 하나하나 기억속에 떠오른다. 학교뒤마당에 있던 남새밭의 도마도며 오이 맛도 참 그립다.


시골학교의 아이들과 몇년간 함께 하면서 듬뿍 정이 들었을 때 나는 학교뒤마당 시가지학교로 전근하게 되였다. 시골아이들의 눈물어린 바램속에서 시가지학교에 온지도 벌써 20여년이 되여간다. 그사이 딸애는 커서 벌써 머나먼 연해도시로 대학공부를 떠났고 가냘팠지만 열정으로 충만된 처녀였던 나는 어느새 중년의 노래를 부르고있다.

로교원들에게서 허심히 배우면서 애들을 더 잘 가르치느라 해가 지는줄도 모르고 열심히 뛰던 시절도 지나갔다. 노력과 열정으로 애들과 함께 하면서 다른 학급이나 동료들과 경쟁을 하고 그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승화를 가져오던 젊은이였던 내가 이제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여 후배들의 발전을 이끌어주고있다.

생기와 열정으로 차넘치는 후배들의 모습에서 나는 가끔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본다. 그럴수록 후배들을 정말로 잘 이끌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끝까지 사람들에게 참된 인간성과 가지고있는 능력을 숨김없이 보여주면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깊이깊이 해본다.


/ 조향순(길림성 룡정시교원연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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