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엔케이 ㅣ 김가영 기자] 북한의 제7차 노동당(黨) 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스스로를 ‘당 최고 수위’로 추대하는 등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를 자신의 대관식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36년 간 당이 이룬 성과나 향후의 국가운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정작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드러낼 만한 리더십은 거의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막한 지 13시간이 지난 6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평양시간 오후 10시)이 돼서야 북한 조선중앙TV 녹화 방송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는 주체혁명 위업의 도약기가 펼쳐지고 있는 역사적 시기에 소집됐다”면서 “제6차 대회가 진행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기간은 당과 인민에게 있어 준엄한 투쟁과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대였다”고 밝혔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소개로 개회사를 시작한 김정은은 “제국주의자들이 온갖 공세와 압력, 제재로 경제발전과 생존의 길마저 깡그리 가로막아 놓았다”면서 “그러나 우리당과 인민은 추호의 주저와 동요도 없이 역사의 폭풍을 맞받아나가며 주체혁명노선을 높이 받들어 힘찬 투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의 원인이 핵·미사일 개발과 연이은 도발에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1990년대 후반 벌어진 대기근 사태에 관해선 철저히 숨겼다. 오히려 올해 초 있었던 4차 핵실험을 ‘수소탄 실험’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구관측위성 발사’로 표현하면서 ‘대성공’이라 칭하는 등 작금의 제재 국면을 유화적으로 풀어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대성공이라고 주장해왔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언급조차 없었다. 실패를 자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23일 동해에서 발사한 SLBM이 30여km 비행한 후 공중에서 폭발한 ‘실패작’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북한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외부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까지 철저히 숨기고 있다. 당 대회를 통해 “빛나는 성과와 고귀한 경험을 총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기들끼리 ‘성과 부풀리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대내외에 보여줄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개회사를 통해 총화도 간단히 진행했는데, 정확한 숫자가 없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극적 효과만 노리는 내용없는 정치적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을 내세우면서 이제는 자신의 시대가 왔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당 대회를 조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허술한 행사 진행은 결과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에 발목을 잡으면서 체제 약화로 작용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주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빈약한 대회가 되고 있다. 외신들을 불러놓고 그들에게도 보여줄 게 없는 안 하느니만 못한 대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당 대회 때 사업 총화 보고를 진행했을 것 같은데, 이번엔 초빙한 외신기자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자신감이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실행하지 못한 이유는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보여줄 만한 것들만 내놓으면서 ‘우리에겐 자랑찬 성과만 있었다’는 연출성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개회사에서 수소탄 강화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은 자강력 강화를 통해 현 정국을 타개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내부적으로 돌파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70일 전투로 인한 성과를 내세우면서 북한식 ‘스스로 극복’을 내세우겠지만, 이는 북한의 엄청한 실수이자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에 이제는 국제협력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재차 내세웠는데, 이는 이미 당 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사안이다. 새로운 점은 ‘김정은 당’이 새롭게 나왔다는 점인데, 이를 당 규약에 삽입할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을 당의 최고 수위(首位)에 올리는 문제를 토의한다고 했는데, 이는 우상화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지점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에 준하는 직책을 부여할지, 자신의 지위를 어디까지 격상시킬 것인가를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