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다 La Crêperie
[상하이저널 최수정 객원기자] 푸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매력적인 프랑스 조계지.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레스토랑, 상점들로 가득한 프랑스 조계지 일대를 한가로이 거닐고 있으면 눈과 마음이 절로 힐링된다. 아름다운 프랑스 조계지에서 프랑스의 매력에 좀 더 빠져보고 싶다면 달콤한 브런치 레스토랑 La Crêperie로 가보자.
타오지앙루 1호(桃江路1号)에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 라 크레페리(La Crêperie). 검은 줄이 쳐진 하얀 벽과 빨간 등대 그림이 인상적인 외관, 소박한 듯하지만 느낌 있게 꾸민 실내 인테리어, 매력적인 프랑스 종업원들이 서빙하는 이곳에 앉아 있으면, 프랑스 항구 마을 어딘가의 레스토랑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레스토랑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라 크레페리는 크레페 전문 레스토랑으로 프랑스 정통 크레페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로 매일 북적인다.
브르타뉴에서 온 요리–크레페
Crêpe – 프랑스어로 ‘크렙’, 영어식 발음으로 ‘크레페’라고 불리는 이 음식에는 조금 독특한 역사가 있다. 크레페는 프랑스 서부 해안가 ‘브르타뉴’(영어로는 브리타니 - Brittany)에서 탄생한 요리다. 브르타뉴 지역은 영국 남쪽에 살았던 켈트인들의 5세기경 이주하여 살았던 지역으로, 자신만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현재는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브르타뉴 언어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라 크레페리에 가면 브르타뉴 전통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크레페를 포함한 각종 전통 음식과 실내를 장식한 소품들에서 프랑스 북서부 마을 브르타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크레페도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크레페’ 하면 얇게 편 밀가루 반죽에 달콤한 크림, 카라멜 소스 등을 얹은 후 케밥처럼 들고 먹는 간편 디저트를 떠올리지만, 프랑스에서 크레페는 디저트뿐 아니라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요리 중 하나다. 크레페를 정확히 구분하자면 갈렛뜨(Galette)와 크레페(Crêpe)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갈렛뜨는 식사용으로 메밀로 반죽을 만들고, 크레페는 디저트용으로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의 전요리처럼 또는, 일본 오꼬노미야끼같이 크레페 요리는 밀전병 위에 어떤 재료를 올려놓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와 맛이 천차만별이다. 라 크레페리에서는 크레페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갈렛뜨와 크레페 메뉴가 있어 내 취향과 입맛에 맞는 재료가 들어간 메뉴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에피타이저 BRITTANY ROLLS 48元
브리타니 롤은 라 크레페리의 대표 식전 요리다. 밀전병에 재료를 넣은 후 롤처럼 돌돌 말아 튀겨낸 음식으로 어떻게 보면 크레페와 기본 맥락은 같다. 소고기 & 시금치, 카라멜 돼지고기, 스파이시 치킨 총 3종류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소고기 & 시금치다. 스파이시 치킨은 매콤하게 양념된 닭고기가 들어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느끼하지 않게 아주 살짝만 튀겨낸 밀전병의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과 속을 꽉 채운 매콤한 닭고기가 식전 허기를 달래주기에 좋다.
메인요리 LA COMPLETE 55元
갈렛뜨의 가장 기본이자 정석 메뉴라 할 수 있는 LA COMPLETE. 밀전병 위에 햄, 에멘탈 치즈 그리고 반숙한 유기농 달걀을 얹은 요리다. 갈렛뜨는 어딘가 묘하게 익숙한 맛이 나는데, 메밀 반죽을 사용해서 그런지 한국의 전요리와 식감이 꽤 비슷하다. 가운데 올린 반숙 노른자는 터뜨려 먹어도 좋고, 조금씩 찍어 먹어도 좋은데 계란과 버터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치즈를 사랑하는 프랑스 요리답게 치즈가 듬뿍 들어가 평소 치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만 한 요리다. 기본 메뉴로 들어간 재료에서부터 맛, 식감 그 어느 하나 어색하거나 거부감 느껴질 만한 부분이 없는지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실패 없이 무난하게 시킬 수 있는 메뉴다.
L’ECKMUHL 90元
라 크레페리의 갈렛뜨 메뉴는 안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해산물, 치즈, 클래식 이렇게 3종류로 구분해 놓고 있다. 그 중 L’ECKMUHL 겔렛뜨는 고급 치즈가 들어가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메뉴 중 하나다. 르블로숑(Reblochon) 치즈는 프랑스 치즈로 가축에게서 두 번째로 받아낸 우유로 만든 것으로 매우 부드러우며 버터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블루치즈처럼 강한 향의 숙성 치즈가 아니어서 한국인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데, 카라멜처럼 쫀득하고 말랑말랑한 식감이 일품이다. 여기에 감자 그리고 베이컨 라돈(lardon: 얇고 긴 베이컨 조각으로 역시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이 만나 짭조름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아름다운 맛의 하모니를 이룬다.
디저트–크레페 LE PECHEUR 55元
메인 요리 갈렛뜨를 먹고 나면 크레페를 먹을 시간! 프랑스인들에게 디저트는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와도 같다. 따라서 갈렛뜨를 먹고 난 후 디저트로 달콤한 크레페를 먹어야 제대로 프랑스 크레페를 즐겼다고 할 수 있다. 크레페 역시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베스트셀러 메뉴는 LE PECHEUR. 구운 바나나에 달콤한 카라멜 소스를 입히고 그 위에 부드러운 휘핑크림을 얹은 후 초콜릿 시럽과 아몬드 조각을 예쁘게 뿌린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저트다. 흰 밀가루로 만든 크레페는 푹신푹신하면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도 소위 상하이 베스트 10 디저트 중 하나라고 불리는 LE DEFI(60원) 역시 인기가 좋은데, 함께 나오는 홈메이드 카라멜 아이스크림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LE DEFI 60元
사과주 Cidre 35元
브르타뉴 갈렛뜨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과주다. 식사 때 와인을 항상 곁들여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이지만 갈렛뜨를 먹을 때는 이 사과주를 마셔주어야 제맛! 시드르(Cidre, 영어로는 Cider)라고 불리는 브르타뉴 전통 사과주는 스파클링이 들어있고 시원한 상태에서 마시기 때문에 청량감이 좋다.
드라이한 맛과 달콤한 맛으로 나뉘는데 달콤한 맛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2.4%(35원/잔, 135원/병) 정도로 높지 않아 평소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치즈와 같이 다소 무거운 재료가 듬뿍 들어간 요리가 갈렛뜨인지라 청량감 좋은 브르타뉴 사과주와 함께 식사를 하면 느끼함과 덥수룩함을 말끔히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