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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의 즐거움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6.12일 04:20
소피 바우먼(Sophie Bowman)

몇 시간 동안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하고 또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나에게 화장품이란 창의성을 돋우고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기분 좋은 향과 색깔로 즐거움을 주는 친구와 같다. 지금은 한국 화장품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내가 처음 한국에 왔던 2008년에는 한국 화장품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한국의 화장품을 한국에 와서야 처음 접한 나의 경험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으리라. 고백하자면 한국 화장품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조금 복잡했다. 가격에 비해 아주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달팽이 젤’과 같은 재료와 분홍색 ‘인형의 집’ 같은 외관이 다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이 떠오르던 한국산 화장품이 이제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몇 달 전, 내가 즐겨보는 뷰티 칼럼니스트가 한국 브랜드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언급한 것을 보고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 나는 유명한 뷰티 블로거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제품들을 언급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세계 뷰티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보면서, 나는 한국 화장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그들의 글을 보기 전까지는 사실 한국 화장품에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몇몇 브랜드들은 제품의 생산라인을 지나치게 자주 바꿔 겨우 마음에 들었던 제품도 다시 구매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제품에 미백효과 등 필요 이상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도 있었다. 짜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장품을 사고 난 다음 날 갑자기 50% 세일을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이 제품의 원래 가격은 얼마인가’하는 의심이 생길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좋은 가격으로 팔아줄 수는 없는가’하는 불만이 치솟곤 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 화장품에 대해 싫증이 나려던 참에 세계 각국의 뷰티 칼럼니스트들의 글은 한국 화장품의 장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물론 한국의 화장품들은 클렌저의 순함, 마스카라의 강력한 지속력 혹은 번짐 없는 유지력의 측면에서 아직까지 프랑스와 일본의 상품들을 완전히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은 새로운 재료의 사용, 기술적인 혁신, 그리고 매력적인 디자인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매력 또한 여기서 나온다. 가령 한국에서 발명된 비비크림(모든 피부 타입에 맞진 않지만)은 이제 거의 모든 국제 화장품 브랜드에서 생산되고 있다. 또, 한국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과일의 모양과 향을 모방한 핸드크림, 녹차나 미역 성분이 들어간 페이스 마스크, 귀여운 외관의 쿠션 파운데이션 역시 세계 화장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의 뷰티 문화는 화장에 대한 생각과 실천에 관련해서도 독특한 점을 갖고 있다. 가령 한국인들은 피부의 건강을 위해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저녁에는 화장을 지우고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클렌징과 마사지에 공을 들인다. 전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피부 노화방지법이며, 후자는 하루 동안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얼굴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피부에 대한 이러한 관심과 습관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얼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을 반영한다. 얼굴을 잘 관리하는 것은 깨끗한 옷을 입는 것만큼이나 본인의 자기관리 혹은 자기에 대한 관심 정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피부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자기 얼굴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얼굴까지 확장된다. 가령 나는 주말 동안 햇볕에 탄 얼굴로 출근했다가 상사로부터 햇볕이 얼마나 피부에 안 좋은지 모르느냐는 꾸지람을 들은 일이 있다. 여드름이 많이 났던 시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부를 낫게 할 여러 가지 화장품이나 치료 방법, 피부에 좋은 음식들을 추천해주고 선물해주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관심이 다소 지나치다고 느낀다면, 한국 화장품과 뷰티 문화의 좋고 즐거운 부분만을 선택해서 소비하고 덜 매력적인 부분들은 무시해도 좋다.

많은 제품을 써본 결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화장품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속눈썹 끝까지 잘 발리고 눈꺼풀에 번지지 않는 스키니 브러시 마스카라, 자기 전에 얼굴에 듬뿍 바른 뒤 아침에 일어나서 씻어내는 슬리핑 팩, 녹차를 재료로 만든 제품 가운데 특히 녹차 씨앗 오일이나 세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순한 액체에서부터 오일이나 브러쉬 펜까지 여러 종류로 소비할 수 있는 밝고 발랄한 입술 틴트.

이 글을 쓴 소피 바우먼은 이화여대 대학원 국문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국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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