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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로 가는 사드… 정부의 ‘5발탄’

[기타] | 발행시간: 2016.07.14일 04:53
사드 성주 배치 확정, 정부의 5가지 실책은

ㆍ美에 끌려다닌 굴욕 외교

ㆍ혼란 부추긴 비밀주의

ㆍ中 설득 실패로 후폭풍

ㆍ주민 의견 무시한 일방주의

ㆍ北위협 억제 실효성 의문



한미 양국이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로 최종 확정했다. “사드는 일개 포병 중대”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전날 발언과 달리, 지난 2년 간 사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시한폭탄이었다. 특히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소통을 무시하는 일방주의의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나 민심은 갈갈이 찢기고 주변국은 거칠게 반발했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사드 광풍을 자초한데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 공동실무단이 군사적 효용성과 지역주민의 안전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해 비교 평가한 결과, 사드 배치의 최적 부지로 경북 성주지역을 건의했고 양국 국방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드의 요격범위(200㎞)를 감안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남한 면적의 최대 3분의 2 범위까지 방어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정부는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줄곧 미국에 끌려 다니며 굴욕 외교의 실상을 드러냈고, 군사기밀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독선을 보여줬다. 자연히 사드 배치는 많은 국민의 비판을 가져왔고, 쫓기듯 발표하는 졸속 추진으로 주변국의 신뢰마저 저버렸다. 사드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데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처럼 ▦대미 추종 외교 ▦비밀주의 ▦중국 설득 실패 ▦여론수렴 없는 일방 통보 ▦대북 효용성 의문이라는 5가지 실책은 앞으로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는 당초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비롯됐다. 2012년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 연장을 위해 전시작전권 재연기, 미 해병대의 군사훈련, 사드 배치를 선결과제로 적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정책제안을 해온 CSIS의 주문은 이번 사드 배치로 4년 만에 3가지 모두 현실화된 셈이다.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2013년 남한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방어 가능한 요격범위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우리 합참이 주관한 세미나에서였다. 이어 2014년 6월 당시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밝히면서 공론화에 앞장섰다.

미국의 방산업체와 군부가 먼저 움직인 것이지만, 우리 정부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3NO’(요청ㆍ협의ㆍ결정 없음)를 되풀이한 게 전부였다. 미국의 사드 배치 요청이나 미국과의 협의,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년간 지속된 정부의 3NO 전략은, 모든 결정권한이 사실상 미국에 있다는 항복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15년 2월 국회 답변에서 “사드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밝혀 혼란을 가중시켰다. 사드 배치에 앞서 미국 중국 간의 세력구도와 정치적 의미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 탓이다. 이에 당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한 장관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한 장관은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전략적 모호성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한 사이, 미국은 대중 압박카드로 줄기차게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다. 떠밀린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 측이 서둘러 사드 배치를 발표하자고 재촉하면서, 오는 9월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발표하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관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주도권을 미국이 쥐면서, 정부는 시종일관 비밀주의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이후 국방부는 논의내용을 일절 함구하며, 10월 이전 발표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4개월 만인 지난 8일 “사드 배치 지역을 수 주 안에 발표하겠다”고 깜짝 공언하더니, 불과 5일 뒤인 13일에는 경북 성주가 최적지라며 또다시 뒤통수를 쳤다. 누가 평가했는지, 미국과 어떤 논의과정을 거쳤는지는 모두 불문에 부쳐졌다. 한민구 장관조차 하루 전날까지 국회 예산결산위에서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손사래를 치는 촌극을 벌였다. 이날 오후3시에 이뤄진 국방부의 ‘성주 사드 배치’ 공식 발표도 불과 5시간 전에 공지가 됐을 만큼 이해할 수 없는 비밀주의는 마지막까지 지속됐다. 이에 대해 다른 소식통은 “당초 군은 내주에 발표하려 했지만 지역 반발이 거세지고 미국 측도 강력히 요구하면서 서둘러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가장 반대하는 중국을 방치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톈안먼(天安門) 망루외교로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을 구가했지만, 실상 중국은 2014년부터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사드에 강력 항의해오던 차였다. 하지만 미국과의 사드 배치 논의가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중국을 상대로 아무런 지렛대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런 뒤에 나온 결론은 일방적인 사드 배치 발표였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대북정책은 물론 한중 관계도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갑자기 발표하면서 “예정지역 주민을 상대로 설명과 설득, 동의절차도 거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이었다. 국방부는 13일 배치 지역 발표 3시간 전에서야 황인무 차관을 성주에 보내 뒤늦게 설명회를 가지려 했다. 약속했던 사전 여론수렴이 아니라 일방통보였던 셈이다. 이에 성난 성주군 주민 수백 명이 상경해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양측은 사드 배치 부지를 공식 발표한 이후에야 의미 없이 얼굴을 맞댈 수 있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지역주민을 상대로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우리도 도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하자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 보호를 명분으로 강조해왔다.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는 군사적 효용성만 앞세울 경우 한미 양국이 협의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부지방의 성주가 부지로 확정되면서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사드의 방어범위에서 끝내 제외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 한국일보(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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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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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자락에 끌려다니는 한국 남정네 정치인들 부끄럽지도 않냐????머리가 아무리 천재를 타고났다한들 아무런 정치경험 없는 여인을 정치속에 끌여들여 대통령까지 시켜놓고 국정과 국사를 모르고 허둥지둥하는 몰꼴이 말이아니구먼 한국경제를 추켜세운다던 약속은 어데로????이것이 너희들 백성들이 마셔야할 쓰디쓴 벌주란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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