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 40분. 일본의 3대 도시 가운데 한 곳인 나고야 중심가에 여러 발의 총격음이 울려퍼졌다. 총격을 받고 쓰러진 사람은 고베 야마구치파 계열 조직의 60대 간부. 머리와 몸 여러 곳에 총을 맞았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여 만에 숨졌다.
총격을 가한 것은 신원불명의 2인조. 방으로 들이닥친 이들은 총격을 가한 뒤 차를 타고 도주했다. 차는 사건 발생 후 10여 분 뒤 현장에서 남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한 주차장에서 차량 내부가 불탄 채 발견됐다. 전형적인 야쿠자 히트맨의 수법이라는 게 일본 경찰의 추측이다.
일본 경찰이 긴장하는 것은 야쿠자간 총격 사건이 최근 잇따르면서, 야쿠자 조직간 전면전인 이른바 '항쟁(抗爭)'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5월에도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번에 숨진 남성과 같은 조직인 고베 야마구치파 계열의 50대 간부가 가슴 등에 총을 맞고 숨졌다. 그런데 왜 고베 야마구치파가 잇따라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걸까.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은 야마구치파다. 조직원만 1만 4천 명에 연 매출액만 수십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이 야마구치 조직에서 13개 중소 조직이 떨어져 나와 새롭게 '고베 야마구치파'를 만들게 된다. 기존 야마구치파에 반기를 든 셈인데, 그러면서 야마구치파와 고베 야마구치파 사이에 폭력 사태가 산발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이 총격을 받아 숨지는가 하면, 상대 조직 사무소에 총탄과 화염병이 날아들고, 도심 한복판에서 집단 폭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트럭으로 상대파의 사무실에 돌진하는 영화(?)와 같은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이 지난 3월 야마구치파 사무실을 일제히 압수수색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항쟁'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는 분위기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경찰이 이처럼 긴장하는 것은 과거 야쿠자의 항쟁이 큰 피해를 낳고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 1980년대 야쿠자 조직간 전쟁으로 25명이 숨졌고,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다. 연이어 조직원이 총격을 받아 숨진 고베 야마구치파가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어서 나고야 경찰은 특별 수사 본부를 설치하고 180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
불 붙은 야쿠자 전쟁. 어느 정도까지 치달을 것인지, 일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이승철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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