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천정인 기자 = 비행기 조종실에 개그맨을 탑승시킨 기장에게 해고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정종관)는 항공기 기장 최모씨가 "해임 처분은 너무 과도하다"며 항공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항공기 운항의 특성상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대량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조종실 내부는 승객 전체의 안전과 직결돼 있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출입인가를 허가받지 않은 개그맨 김씨를 조종실에 탑승시키고 운항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종실 내부는 좌석이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계기판 등 각종 기계장치로 가득 차 있고 비좁기까지 하다"며 "기장과 부기장 외의 다른 사람을 탑승 시키는 것 자체가 비행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최씨의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심은 다른 항공사의 조종실 무단출입 사례를 비교해 최씨에 대한 해고 처분은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했지만 구체적인 경위가 서로 달라 과도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게다가 비교 대상이 된 타 항공사의 징계처분이 적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의 권고사직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최씨의 청구에 대해서는 권고사직 처분이 외관상 아무런 법적 효력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최씨는 2008년 11월 평소 좋아하던 개그맨 김모씨가 자신이 운행할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 것을 알고 조종실에 태웠다가 적발돼 인사위원회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고 소를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 승객을 항공기 조종실에 탑승시킨 채 운항한 것은 중징계 사유"라면서도 "그러나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개그맨 김씨를 조종실에 탑승시킨 행위는 기장으로 순간적인 판단착오 내지 무사안일에 따른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며 "타 항공사에서 조종실 무단 출입으로 내려진 징계 수위에 비하면 해고 처분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