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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한 소녀들, 법정서 그만

[기타] | 발행시간: 2012.05.25일 03:14
[수감복 입은 또래의 형사재판 방청 전과 후… 문제아 태도 확 달라졌다]

학교폭력으로 말썽피운 중·고등학생 33명, 서울남부지법 법정 견학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며 떠들던 아이들, 또래 피고인 들어오자 긴장

"학교폭력으로 감옥갔다는 말 나랑은 관계없는 줄 알았는데 오늘 와서 보니 섬뜩"

24일 오전 9시 30분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에 중고등학생 33명이 나타났다. 염색한 머리, 짧게 고친 교복 치마, 짙은 눈화장과 귀걸이, 옆에 서면 진동하는 담배 냄새, 슬리퍼 차림도 있었다. 이들의 자리는 피고인석이 아니라 방청석이었다.

자리에 앉은 뒤에도 다리를 떨거나,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며 함께 온 친구들과 소리 내며 떠들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문자를 주고받고, 법정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넛은 아예 앉자마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됐다. 소년 형사사건을 맡고있는 주채광(41) 판사가 오늘의 재판 일정을 설명했지만, 방청석이 소란스러워 들리지 않았다. 일부는 "아, 왜 이런 델 와 가지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때였다. 수감복 차림의 또래들이 법정에 들어섰다. 33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에 꽂히며 실내가 일순간 고요해졌다.

특수절도로 구속 수감된 중학생 김모(16)군과 이모(14)군이었다. 지난 3월 학교 인근에서 승용차를 훔치고 차량 안에 있는 지갑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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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에서 학교폭력으로 말썽을 피운 중고등학교 학생 33명이 소년 형사 재판을 참관하고 있다. 염색한 머리, 짧게 고친 치마, 짙은 화장을 하고 강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왼쪽) 하다가도, 수감복을 입은 또래들이 법정에 서자 긴장한 듯 재판에 집중했다(오른쪽).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죄를 모두 인정합니까?"(재판장)

"죄송합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죄송합니다."(김군)

재판부를 향해 김군 등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도 떨궜다. 구치소 안에서 썼다는 반성문을 제출하며 다시 한 번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때 방청석 첫째 줄에 앉아있던 김군의 아버지가 일어나 "다 제 탓입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방청석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눈물에 방청객들이 움찔했다.

방청석의 최모(13)양은 누구보다 더 놀랐다. 피고인 김군이 평소 자신과 어울리던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최양은 최근 학교 친구들을 때려 등교정지 10일과 사회봉사 10일의 처분을 받았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다 했었는데 오늘 여기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진 재판의 피고인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훔쳐 판 양모(17)군이었다. 양군은 "평소 학교 선배들에게 맞아가며 돈을 상납해야 했고, 전학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방청석 맨 앞줄에 앉은 양군의 부모는 아들의 말을 듣고 흐느껴 울었다. "선처해 주시면 앞으로 가족 모두 정신과에서 상담도 받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다잡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법정은 숙연해졌다.

이날 남부지법은 3건의 청소년 형사재판을 평소 학교 일진과 어울려 다니거나 동급생들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경찰과 학교로부터 계도(啓導) 대상에 선정된 학생 33명에게 '특별히' 공개했다. 형사법정 방청 후에는 6층 강당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강연도 진행했다.

이날 법정 방청 후 '문제아'들의 반응은 제법 달라졌다. 친구 6명과 함께 동급생을 집단으로 때려 최근 등교정지 처분을 받은 신모(16)양은 방청 전엔 "우리가 별로 세게 때리지 않았고, 맞은 아이 어머니가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겨워 죽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청 후 "대구에서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고 괴롭힌 애들이 감옥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별로 실감이 안 났는데, 오늘 와서 보니 섬뜩하다"고 했다.

박모(13)양은 "부모님 우는 거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동안 (사고를 쳐서 정학 등을 받으면) 학교 안 가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재판을 보니까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모(17)군은 학교 친구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최근 한 피해학생이 학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도 이름이 아홉 번이나 거론됐었다. 그런 김군은 "오늘 아침 엄마가 다른 말씀 안 하시고 '잘 갔다와라'는 한마디만 하셨다"면서 "그 애 부모님이 우는 걸 보면서 나는 부모님을 저렇게 울리지 않겠다고, 우리 엄마는 저 자리에 앉히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조선닷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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