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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話] 개최국 노력 짓밟는 英언론 행패

[기타] | 발행시간: 2012.06.12일 00:00

[스포탈코리아=바르샤바(폴란드)] 이런 말 자주 듣는다. 외국인은 한국이 전쟁 위험 속에 놓인 위험국가라거나 한국인은 모두 개고기를 먹는다는 식이다. 한국인의 체감과는 차이가 크다.

폴란드 도착 전까지 솔직히 불안했다. 사전 지식 대부분 우울했다. 치욕의 영토 분할, 2차 세계대전, 학살, 폐허, 소련, 폭력 등이다. 특히 축구 경기장 관련 폭력에 대해선 직업상 이것저것 들은 게 꽤 많았다. 그런 곳에 축구 일로 가니 걱정일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무사히 다녀오라”는 인사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평소 쳐다 보지도 않던 여행자보험까지 가입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바르샤바는 평화로운 유럽 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점을 깨달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예쁜 노천 카페, 그리고 녹음(綠陰)이 우거졌다. 사람들에겐 친절함이 묻어났다. 눈을 마주치면 이내 따뜻한 미소가 되돌아왔다. 백발 노인이 다가와 “어디서 왔냐?”, “바르샤바 어떠냐?”라며 인사를 건넨다. 자원봉사자는 말할 것도 없다. 팬존 미디어 패스를 문의하는 한국 취재진을 위해 꽤 멀리 떨어진 발급 장소까지 굳이 데려다 주겠다며 앞장섰다. 손님 대접을 중시하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했다. 서울 올림픽을 이용했듯 유로2012를 발전 도약대로 삼으려는 폴란드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안전한 분위기를 입증하듯 문화과학궁전 앞 팬존(Fan Zone)에는 가족 단위 팬들이 많았다. 폴란드에서 축구와 가족의 만남은 대단한 변화다. 훌리건 ‘소굴화’된 리그 경기장에는 일반인 관람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폴란드인의 생생한 증언을 들은 적이 있으니 현실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10년에 걸쳐 상황이 나아지는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폴란드 정부는 유로2012를 축구장 폭력을 척결할 일종의 ‘KO 펀치’ 같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팬존을 즐기는 모두가 그 동안 훌리건에게 빼앗겼던 축구를 되찾았다는 성취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개막전이 열렸던 국립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진행요원, 자원봉사자, 식전행사 참가자 등 이곳에 모인 모든 폴란드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완벽한 대회 개막을 만들어냈다. 배정 받은 기자석에 전기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담당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썼다. 시간은 걸렸지만 작은(?) 문제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개막전은 성공리에 치러졌다. 경기 결과(1-1무)가 다소 아쉬울 수 있었다. 하마터면 질 뻔했다.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야유가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후반전을 지켜봤다. 하지만 폴란드 홈 관중은 필자의 선입견을 비웃었다.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폴란드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폴란드가 달라졌어요”인가? 단언하긴 이르다. 엄밀히 말해 지금 분위기가 폴란드 축구의 본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그랬듯이 치부를 벽 뒤로 ‘잠깐’ 감춰놓은 덕분일 수도 있다. 실제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 흑인 선수를 향한 원숭이 울음 소리가 날아들었다. 취객 관련 소동도 있다. 세상만사 똑같다. 단번에 개선되진 못한다. 큰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아주 조금씩 변해간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경기가 있을 예정인 12일(한국시간 13일 새벽) 폴란드 정부는 바르샤바에만 6천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휴무인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비상대기한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노력’하고 있다. 바르샤바 현지에서 최소한 그 점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영국 쪽 보도는 역시나 ‘깎아 내리기’ 급급했다. 인종차별이란 유용한 ‘건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 목소리만 들으면 마치 이번 대회기간 내내 끔찍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예정’처럼 느껴진다. 러시아의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일으킨 말썽도 개최국 문제로 확대해석한다. 음주가 기본 매너인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도 폭력과 인종차별은 그리 드문 이벤트가 아니다. 심지어 개막전이 판정 논란으로 얼룩졌다고 한다. 솔직히 불쾌했다. 판정논란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일상다반사다. 매 라운드 어이없는 오심이 속출한다. 그렇게 ‘삐딱한’ 글이 과연 유로2012 현장에서 쓰여졌는지 궁금하다.

대회 3일차 그단스크에서 세계적 축구 전문지 ‘월드사커’의 편집장과 만날 수 있었다. 대화 중 그에게 영국 언론의 편향적 논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전달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스포츠 언론은 대회 자체가 관심사인데 비해 BBC 같은 일반 언론은 사회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춘다”며 자기네 언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하나의 사실을 다르게 이야기해야 하는 미디어 시장의 생리가 만드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만의 생존 본능을 위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고귀한 노력이 평가절하된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영국의 논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국에서도 유로2012가 심각한 문제들로 얼룩져 있다는 듯한 기사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얼룩진 것은 자기밖에 모르는 영국 쪽 언론의 눈과 입이다.

- sport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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