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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찾았다! 사랑의 묘약… 인간의 뇌에서 솟아나는 '로맨틱 호르몬' 키스펩틴

[기타] | 발행시간: 2017.03.25일 03:00
혈기왕성 10代부터 '퐁퐁'

생식기능 활성화시키는 역할, 성인 남성들에게 주사했더니 성욕·연애감정의 '회로' 켜져

비아그라, 긴장해

몸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움직여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듀엣 가수 십센티(10㎝)의 노래 '봄이 좋냐' 중)

새싹이 돋고 남쪽 나라에선 꽃소식이 들려온다. 따스한 햇살 아래 나비도 암수 정답게 날아다니는데, 왜 나만 혼자일까. 언제부터인지 연애를 하겠다는 의지마저 사라져 버렸다. 짝을 찾는 것은 원초적 본능이라는데, 아마도 연애세포가 퇴화해 버렸나보다.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곧바로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솟아오르는 약은 없을까.

과학자들이 솔로 탈출 욕구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권태기에 빠진 부부도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할 특효약을 찾아냈다. '사랑의 묘약(妙藥)'은 바로 사람의 뇌 속에 있었다. 월지트 질로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춘기에 사람의 성욕을 자극하는 뇌호르몬인 '키스펩틴(kisspeptin)'이 사람에게 낭만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그래픽=김충민 기자

1970년대 발견된 키스펩틴은 KiSS-1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사춘기에 분비되면서 사람의 생식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여성에서는 키스펩틴이 난소에서 난자가 배출되는 배란(排卵)을 촉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때 키스펩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젊은 남성 29명에게 키스펩틴 호르몬을 주사한 뒤 사람이나 사물을 찍은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며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촬영했다. MRI를 이용하면 뇌의 어느 부위에 피가 몰리면서 활성화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키스펩틴을 맞은 남성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성적(性的) 흥분이나 연애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급격히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이성(異性)이나 남녀가 나오는 사진을 보여줬을 때만 나타났다. 사물 사진에는 전혀 다른 부위가 활성화됐다.

질로 교수는 "키스펩틴은 사람의 뇌에서 성관계나 연애 관련 행동의 회로를 켜는 역할을 한다"면서 "연애나 성관계에 불안감을 호소했던 사람들에게는 심리 상태를 안정시켜주고 자신감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키스펩틴을 맞은 사람들은 폭력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고도 뇌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예전보다 덜 나타났다. 키스펩틴만 맞으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이다. 질로 교수 연구팀은 키스펩틴이 여성에게도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린 약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998년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이다. 비아그라는 성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전 세계 남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2012년 비아그라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비아그라는 완벽한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기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육체의 문제만 해결해줄 뿐 마음은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키스펩틴은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뇌 비아그라'인 셈이다.

키스펩틴은 뇌의 연애 세포를 깨우는 것은 물론 불임이나 우울증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불임 치료는 대부분 생물학적 요인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키스펩틴은 부부 관계를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러운 임신을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키스펩틴의 가장 큰 가치는 모든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천연 약물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약국에 가서 "키스펩틴 한 알 주세요"라고 말하게 되는 날, 솔로들에게도 빛나는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박건형 기자 defy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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