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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자랑속에 깃든 설음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7.04.27일 09:41
로인들 한담 속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조롱박처럼 주렁주렁 엮어내는 자랑 속에서도 유독 자식자랑이 톡톡한 인기를 누린다. 칭찬해주는 사람, 흠모해하는 사람 , 덤덤히 들어만 주는 사람, 각자의 표현은 다르지만 자식자랑이 물너울 타듯 늠실늠실 높아지는 것만 사실이다. 그중 뾰족한 아래턱을 슬슬 어루쓸며 《삼국지》 외우듯이 자식자랑하는 박아바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름철에 강뚝 장기팬들 속에 끼여앉아 장기판국에 별로 관심없는 듯 눈을 슴벅이며 애꿎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운다. 후날 알고 보니 일 고생을 많이 했던 탓으로 겉늙어 보여 그렇지 기실 나보다도 세살 이상 밖에 안되였다. 모두 박아바이라 칭하니 나중에 공중장소에서 나도 그렇게 불렀다. " 나는 자식 공부를 시키느라 집까지 팔았수다." 언젠가는 내가 건네는 담배를 받아물며 자식자랑의 서두를 뗐다. 워낙 박아바이내외간은 농촌에서 살았는데 중학교를 갓 붙은 아들애가 어느 써클에서 일등을 한적이 있어 불시로 아들애 앞날이 무척 걱정되여 짐을 챙겨들고 부랴부랴 연길에 올라왔단다.

아내는 장마당에서 산나물을 되넘겨 팔고 남편은 뾰족한 손재간이 없어 닥치는대로 막일을 했다. 근 십년째 헐금씨금 일한 보람이 있어 아들애는 중점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떠나던 날 내외간은 사실기쁨이 절반 근심이 절반이였다. 량주는 밤새도록 이리궁싯 저리궁싯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쓰고 사는 집을 팔아 학비를 대기로 했다. " 인젠 외국에서 일자리 찾은 지두 십년을 넘겼수다." " 그럼 돈 많이 벌었겠네요 " " 후유- 지금 젊은녀석들 왜 장가 들 궁리 안할가? " 나의 물음에 박아바이는 불쑥 아들의 혼인걱정을 내비치며 말끝을 얼버무렸다.

방금전 한껏 부풀러 있던 기분이 반쯤 후줄근해진것 같았다. 하긴 자식혼사에 마음을 썩이지 않는 부모 어디 있으랴. " 해마다 생활비 몇만원씩 보내주웨다... 그리구, 또 집 사라구 엇그제 돈을 부쳐왔는데 집값이 엄청 올라서 에이쿠, 쿨럭쿨럭..." 박아바이는 갑작스런 기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집가격 상승으로 억울함을 당한 사람이 많다. 나는 더 캐묻자니 게면쩍어 얼른 화제를 돌렸다.

며칠후 박아바이 아들 내막을 잘아는 장기팬한데서 소식의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박아바이 아들이 입사 첫 고비에 심한 풍파를 겪었다. 찾은 회사마다 불경기 아니면 부도가 나서 몇해 동안 근근득식으로 지냈다. 게다가 한번은 출근길에 오토바이에 치여 무릅뼈를 크게 다쳐 반년 넘어 병원신세를 진적까지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 전화할 때면 부모들이 걱정할가봐 고달픈 심정은 애써 감추고 항상 웃음 띤 밝은 목청으로 문안하고 위로했다. 늙은내외간은 정해진 시간에 걸려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는 명절같은 분위기에 붕- 떠있군했다.

때론 아들이 보고싶어 사진을 꺼내들고 점도록 지켜보다가 혹시 오늘이라도 집에 금시 들이닥칠 것 같아 이마언저리에 손채양하고 비행장쪽으로 서서히 착륙하는 려객기를 멍하니 바라볼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더우기 남들은 힘들어 고향으로 되돌아온다는 세월에 왜 오지 않을가하는 의구심이 생기다가도 저녁에 아들의 전화만은 받으면 귀가 무른 량주는 남들의 자식보다 자신 아들이 대견스러워 하냥 흐뭇해졌다. 기쁨을 나누면 커진다고 이튿날 박아바이 걸음은 자연히 어슬렁어슬렁 강뚝장기팬들속으로 향하는 것이 관례가 되였다.

외국에 나가야 출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발처럼 돈은 그냥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줄로 믿는다. 천대와 기시를 받으며 온갖 곤혹을 이겨온 낮과 밤의 대가로 손에 쥐여진 몇푼의 딸라가 기쁨인지 슬픔인지 가늠키 어렵다.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도 얼키고설킨 사연 때문에 여기저기서 품팔이하는 애들도 기수부지다. 그렇게 번돈을 자식들 손에서 멋도 모르고 넙죽넙죽 받아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귀향한 젊은이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비꼬으는 이들도 있다.

고생은 젊어서 보약이라 했거늘 이제 꼭 성공하여 금의환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운명을 걸고 십년,이십년 부모와 자식 사이에 애타게 부르며 헤여져 사는 가족이 어찌 박아바이네 한집뿐이랴. 며칠전 나는 어느 병원 문앞에서 우연히 박아바이를 만났다. 돌뿌리에 걸치며 넘어진 것이 허리를 다쳐 안주인의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 운신했다. 왜 병원에서 가만히 누워있지 않느냐 물음에 오늘은 아들이 집으로 전화 오는 날인데 병원에 입원한 줄 알면 애가 걱정한다며 괜찮다는 뜻으로 나한테 억지 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어 보였지만 밀려드는 통증을 참느라 일그러진 이마와 뾰죽한 아래턱에는 땀이 송골송골 돋아있었다.

겯들어 택시에 앉혀 떠나는 뒤모습을 보며 나는 불현듯 가슴이 뭉클 젖어듬을 느꼈다. 통증은 얼마간 약물치료로 완쾌될 수 있겠지만 헤여져 살아가는 리산의 아픔은 언제쯤 치유될가.

후유ㅡ정답은 묘연한데 봄기운이 파아란 저 멀리 산등성이을 타고 철새 한마리 푸르릉 날개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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