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상변화 메모리(Phase-Change Memory)’ 기술에 속도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됐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의 제안이 상변화 메모리 기술이 가진 속도의 한계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래 메모리에 디지털 정보를 읽고 쓰는 방식은 수많은 트랜지스터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흐름과 관련이 깊다. 특정 전압 이상에서만 전류가 흐르는 성질을 이용한 반도체의 기본 원리를 생각하면 된다.
상변화 메모리는 저장매체 물질의 형태를 바꿔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실리콘의 반도체적 특성을 이용하는 기존 메모리 기술과 다르다는 뜻이다. 상변화 메모리 기술은 물질을 비정질일 때와 결정질일 때로 나눠 디지털 정보를 저장한다. 비정질 상태에서 결정질로 바뀔 때는 정보가 저장되고, 다시 비정질 상태로 녹을 때는 정보가 지워지는 식이다. 물질의 상태는 열을 이용해 바꾼다.
그동안 상변화 메모리 기술의 한계로 지적된 부분이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속도였다. 얼마나 빨리 상태를 바꿀 수 있느냐가 상변화 메모리 기술의 핵심이었다. 일반적으로 상변화 메모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은 게르마늄과 텔루라이드 혼압물인데,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에서 10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 수준이었다. 기존 메모리 방식보다 느린 속도다.
스티븐 엘리엇 캠브리지 대학교 교수와 연구팀은 상변화 메모리를 만드는 데 안티몬이라는 물질을 추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을 50nm 크기의 실린더 사이에 끼우고 끊임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실린더 양 끝에 티타늄 재질의 전극봉을 삽입해 0.3V의 전압이 흐르도록 한 구조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상변화 메모리의 결정화 속도가 크게 높아졌다. 1V 전압에서 500피코초(1피코초는 1조분의 1초)만에 물질을 결정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 상변화 메모리 기술의 결정화 방식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다.
상변화 메모리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는 비휘발성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현재 DDR 메모리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매체로 이용되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저장물질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인텔이 상변화 메모리 기술에 관심이 많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2011년 12월 128Mb의 상변화 메모리를 시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10일, IBM과 상변화 메모리 기술 공동개발과 라이선스를 골자로 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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