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진, 치타와 그레이하운드의 주법 비교
Joachim Huber 제공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100m 주파 공식 기록은 9.58초다. 볼트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100m 달리기 속도를 공식적으로 측정한 1912년 이래 9.5초대의 기록을 최초로 세웠다. 육상전문잡지인 ‘스파이크스’가 역대 달리기 선수들의 10m 구간별 최고 기록을 합친 결과 인간이 세울 수 있는 100m 기록의 한계는 9.44초라고 밝힌 것을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사람 중에 가장 빠른 볼트와 지구상 가장 빠른 육상동물이라는 치타가 함께 100m 경기에 출전한다면 누가 이길까.
볼트의 놀라운 속도에 잠시 머리를 갸웃할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치타가 더 빠르다. 치타의 달리기 속도는 시속 104.4km. 단순 계산으로도 100m를 3.4초에 주파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치타가 빨리 달리는 이유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 페니 허드슨 박사팀은 개 중에서 가장 빠른 그레이하운드와 치타의 주법을 비교 분석한 결과 치타는 1초에 발을 움직이는 횟수인 ‘초당 걸음 수’를 늘려 속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반면 그레이하운드는 속도가 높든 낮든 초당 걸음 수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타는 발을 뻗는 횟수를 조절하는 자동 변속 기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달리기 결승점에 닭고기를 매달아 놓고 영국 동물원에 사는 치타 9마리와 경주대회에서 은퇴한 그레이하운드 6마리를 달리도록 했다. 초당 350~1000 프레임을 찍는 초고속카메라를 이용해 치타와 그레이하운드가 달리는 장면을 촬영해 속도와 초당 걸음 수를 쟀다.
그 결과 치타의 최고 속도는 초당 17.8m, 그레이하운드의 최고 속도는 초당 19.0m로 나타났다. 숙련된 경주견의 달리기 속도가 동물원에 사는 치타보다 빨랐던 것이다. 연구팀은 치타가 먹이를 직접 사냥할 필요가 없이 동물원에서 주는 먹이만 먹고 자랐기 때문에 닭고기를 보고도 빨리 달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설명했다.
야생 치타보다는 속도가 떨어졌지만 치타의 주법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치타가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인 9m/s로 달릴 때는 초당 2.4걸음이었지만 최고 속도인 17.9m/s로 달릴 때는 초당 3.2걸음으로 초당 걸음 수가 증가했다. 그레이하운드는 속도에 관계없이 초당 3.5걸음을 유지했다.
허드슨 박사는 “치타와 그레이하운드는 속도가 올라가자 모두 보폭이 늘어났는데 등과 뒷다리가 긴 치타가 보폭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 치타는 초당 걸음 수까지 늘렸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1일자 ‘생물학 실험(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지에 실렸다.
김수비 기자 hel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