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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7만원짜리 와인, 원가 알고보니… '헉'

[기타] | 발행시간: 2012.06.30일 09:37

다음달 1일이면 세계 최대 경제권역인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1년이 된다. 미국과의 FTA도 벌써 100일이 지났다.

우리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FTA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와인, 화장품, 가전 등 일상에서 접하는 주요 품목들의 가격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은 FTA로 관세가 없어졌는데도 가격이 오히려 올랐을 정도다.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이들 제품의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인하 품목들의 가격 동향을 살피기 위해 지난 26일 녹색소비자연대의 현장 가격 조사에 동행했다.

먼저 가장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이 마트에서는 와인광풍에 한 몫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750ml '샤또 몽페라'를 4만7000원에 팔고 있었다. 한·EU FTA 직전인 지난해 6월 판매가격 4만2000원에 비해 5000원 올랐다. 이 와인은 백화점에서 10만 원에 팔리고 있다. FTA 이전 가격 9만 원에서 1만 원 상승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프랑스 와인 750ml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의 가격은 1만7000원. 1년 전과 같은 값이다. 수입 원가가 6.3% 떨어졌고, FTA 발효로 관세 15%가 철폐된 것을 고려하면 20% 이상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요지부동이다.

의문은 한 와인 수입업자를 만나고서야 풀렸다. 지난 22일 인천항에 와인을 실은 컨테이너 한대가 도착했다. 이중에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도 포함돼 있었다. 수입업자 A씨는 평소 와인 1병 당 1~3유로에 수입하는데, 이번에는 재고정리 중인 와인을 프랑스 공급업자와 협의해 단돈 1유로에 들여왔다. 여기에 교육세, 주류세, 부가세 등 세금 46%가 붙자 와인 가격은 2489원이 됐다.

A씨는 이 와인을 최소 2배, 최대 4배를 남기고 도매상들에게 5000원~1만 원에 넘겼다. 도매상은 여기에 다시 2~3배의 마진을 남기고 대형마트, 백화점, 레스토랑, 와인바, 호텔에 공급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그나마 낮다는 마트에서 수입 원가보다 7배나 비싼 1만7000원에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와인인데도 유통채널 마다 가격은 천차만별. 이들은 제각기 다른 기준으로 소비자가격을 책정했다. 1,2차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수입원가 보다 수배 이상 가격이 뛰는데 15%의 관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란 불가능하다.

마트가 각 단계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는 소매점 현장 직원들에게도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다. 한 대형마트 와인 판매원은 "와인이 마트에 얼마에 들어오는지 직원들도 알 수 없다"며 "정찰제로 판매되는 가격만 알고 있어 얼마의 마진을 남기고 파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와인 코너를 찾은 고객 김희수씨는 "FTA가 체결됐다고 하지만 오렌지나 체리 정도만 가격인하를 체감 한다"면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와인만 가격이 떨어졌지 선물용으로 살만한 와인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그나마 마트는 합리적이다. 강남지역의 한 와인바에서 판매되는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 1병 가격은 4만5000원, 호텔에서는 7만 원 이상에 팔려 나가는 등 유통 마지막 단계에서는 거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다.

한 와인바 사장은 "'큰손' 와인 수입업자들은 한번에 3만 병에서 10만 병을 수입 한다"며 "대량 구매할수록 원가가 낮아지지만 보이지 않는 담합으로 유통 마진을 많이 남기고 있어 와인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고 롯데, 금양과 나라셀라, 아영에프비씨 등을 합치면 와인 시장의 70%를 독점한다"며 "시장을 독과점한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영세 와인업체들이 무너지다보니 가격을 잡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

유럽 수입맥주도 마찬가지였다. 330ml짜리 맥주의 수입가격은 1191원으로 FTA 전보다 6.6% 떨어 졌지만 마트 판매 가격은 2800원으로 10.2%나 올랐다. 역시 독과점적 유통구조가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주류 외에 수입유모차와 소형가전 가격도 요지부동이었다. 해외 브랜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모차 시장은 독점적인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온 후 특정 공급업체를 거쳐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구조다.

백화점의 유모차 판매직원은 "수입업체, 공급업체, 백화점 등을 거치는 동안 유통마진이 더해져 최종 소비자가격이 수입 원가의 3배까지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비쌀 수록 고급 제품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고가(高價) 마케팅은 수입 유모차 가격에 거품을 불어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잡한 구조를 수입에서 판매까지 일원화된 유통구조로 바꾸고 소수 독과점 업체들이 이익을 독점할 수 없도록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무숙 서울동부녹색소비자연대 회장은 "수입·유통부문의 독점현상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FTA 체결 전 기대했던 만큼의 가격인하가 발생할 수 없다"며 "유통업체들의 독점, 담합에 대해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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