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류현진(25·한화)이 지독할 정도로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불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등판한 13경기 중 무려 9경기를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실점 이하)로 장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8경기는 7이닝 이상-2실점 이하의 경기였다. 평균자책점도 3.07로 뛰어난 편이며 삼진 페이스(108개)는 한 시즌 최다 기록(1984년 최동원의 223개)을 넘볼 정도다.
그러나 선발 투수의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인 다승 부문에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류현진이 거둔 승리는 고작 2승. 현재 다승 선두인 니퍼트-장원삼-주키치가 벌써 9승이나 따낸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이름값과 어울리지 않는 승수다. 이쯤 되면 지난 2007년 불운의 상징이었던 KIA 윤석민이 떠오를 정도다.
프로 데뷔 후 두 시즌 간 불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윤석민은 지난 2007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LG와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윤석민은 6.1이닝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흠 잡을 곳 없는 투구를 선보였다.
이후 현대전에서는 5이닝 5실점으로 잠시 흔들렸지만 세 번째 등판이던 SK와의 경기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차세대 KIA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3경기에서의 결과는 3패.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승리와 인연이 닿지 않은 윤석민의 불은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4월 22일 두산전에서 비로소 시즌 첫 승을 따냈지만 다시 승수를 추가하는데 무려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 해 윤석민이 KIA 타선으로부터 받은 득점 지원은 고작 2.20점에 불과했다.
승리보다 심각했던 문제는 다름 아닌 패전 처리였다. 당시 윤석민은 9이닝 2실점의 완투쇼를 펼치고도 패한 경우가 있었으며, 특히 전반기에만 무려 12패를 당해 한 시즌 최다패(1985년 장명부의 25패)라는 불명예 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오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서도 패배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급기야 윤석민은 구원으로도 2경기에 나서는 등 무너진 KIA 마운드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냈다. 결국 윤석민은 8월 28일 두산전을 끝으로 더 이상 승리(7승)를 챙기지 못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5.33에 달해 몸과 마음이 지친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시즌 마지막 3경기(3패)에서는 10이닝 14실점으로 이른바 ‘멘탈붕괴’ 현상이 오기도 했다.
올 시즌 류현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즌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2승에 불과하다는 점은 두 자리 수 승수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후 6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더그아웃에서 언제나 장난기가 넘쳐흐르던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진지 오래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타선도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엔 약속이라도 한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류현진이 등판한 13경기 가운데 10경기서 한화 타자들은 2득점의 빈타 망령에 시달렸다. 실제로 류현진의 득점지원도 2.80점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타선의 침묵은 둘째치더라도 야수들의 실책 남발은 류현진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바티스타 등 불펜투수의 방화로 2승을 허공에 날렸다.
아직까지는 경기 내용이 말해주듯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지만, 윤석민이 그러했듯 후반기 들어 류현진도 무너지지 말란 법이 없다. 게다가 류현진은 지난달 등근육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바 있어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다. 과연 류현진의 올 시즌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불운’의 한 해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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