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과학] 당신은 장거리 버스에 탔다. 좌석이 꽉 찬 가운데 당신 옆자리만 비어있다. 어떻게, 왜, 당신은 다른 승객이 옆자리에 앉는 것을 막을 것인가?
승객들이 서로를 피하는 전략을 폭로한 연구가 나왔다. ‘비사회적인 탑승객 행동’이라고 묘사된 상징적인 상호행동에 관한 연구이다. 미국의 과학전문 인터넷 매체인 사이언스 데일리는 예일대학교의 에스더 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더 킴은 관찰을 위해 수천 km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는 “나는 숙달된 여행자가 됐고 다른 사람이 옆에 앉지 못하도록 승객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몇날 몇일을 버스에 갇혀 이동해야 하는 미국의 장거리 버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공공장소에서 낮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어하는 점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
킴은 “우리는 타인을 피하기 위한 승객들의 여러 가지 행동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바쁜척을 하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가방을 뒤지고,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거나, 잠에 빠져든다. 때로는 ‘날 괴롭히지 마세요’라는 표정을 짓거나 혐오한다는 투로 응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을 피하는 방법은 특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눈을 맞추는 것을 피하거나 멍한 눈으로 창밖을 쳐다보거나 단순히 잠든 척하는 것 등이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가방을 빈자리에 올려놓고 이어폰을 듣는다거나 옆자리에 주인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반(反)사회적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좀처럼 말로 꺼내지 않는 진실은 승객 모두가 편안함을 늘리고 낯선 사람 옆에 앉는 불편을 줄이려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친다는 것이다. 비행기 또는 버스 좌석이 꽉 찰 경우 이상한 사람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략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 승객은 내릴 때까지 무사히 버티는 것이 목표라며 땀을 많이 흘리는 뚱뚱한 승객을 피하는 것이 땀냄새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고 에스더 킴은 전했다.
킴의 첫 번째 연구 대상은 코네티컷과 뉴멕시코주를 잇는 이틀하고도 17시간이 더 걸린 여정이었다. 캘리포이나주와 일리노이주, 콜로라도주와 뉴욕, 텍사스에서 네바다를 잇는 장거리 여행이 주 연구 대상이었다.
킴은 “우리는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생활은 점점 익명성이 커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피하는 것은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대중교통처럼 좁고 사방이 막힌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버스 여행에서 가장 엄격한 암묵적인 법칙은 ‘만일 빈자리가 있거든 다른 누군가의 옆에 붙어 앉지 마라’는 것이다. 탑승객들은 “이상하게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열에 사람이 앉았는데 더 많은 승객이 탑승한다면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앉지 못하도록 하는 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킴과 함께 탔던 승객들이 남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과 눈 맞히지 않기
-창문에 기대 다리를 복도쪽으로 뻗기
-빈자리에 큰 가방을 놓기
-이어폰을 쓴 채 복도 쪽에 앉아 비켜달라고 해도 못들은 척하기
-치울 때까지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도록 빈자리에 여러 가지 물건을 쌓아두기
-정신나간 것처럼 흐리멍덩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기
-자는 척 하기
-누군가 자리를 맡아놓은 것처럼 보이도록 빈자리에 코트를 올려놓기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할 경우 누가 자리를 맡아놓은 거라고 거짓말하기
킴은 이런 비사회적 행동이 안전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미국의 장거리 버스 여행은 감염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버스 승객들은 지연 또는 다른 불편함 때문에 녹초가 된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좀 더 안락한 상태인 카페에서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지만, 승객들이 서로를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로 추정하는 버스 정류소에서는 접촉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궁극적으로 이런 비사회적인 행동은 장시간 동안 매우 좁은 공간을 나눠써야 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좀 더 큰 문화적 개념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