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바삭 구운 오리고기 사세요~”, “정통 사천 샤브샤브꼬치 드셔보세요~”
요즘 매일 오후 3시 반쯤이면 길림성 연길시 연길공원 맞은켠 인도는 로점상들의 호객 행위로 붐빈다. 즐비하게 늘어선 로점들 중에 애 돼 보이는 두 녀성이 운영하는 젤리빙수(冰粉)가게도 있다. 숙련된 손놀림으로 재료들을 섞어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젤리빙수 한그릇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그들은 장춘에서 대학 1학년을 다니고 있는 조우함과 장연(20살)이다.
“지난 6월 21일부터 젤리빙수장사를 시작했는데 요즘 하루에 200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단골손님들도 꽤 생겼어요.” 로점장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들은 무척 뿌듯해하며 말했다.
‘시도하려는 용기가 중요’
설레인 마음으로 새 학기를 기다리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나 홀로 집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요즘 창업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은데 우리 로점장사라도 해보지 않을래? 정부 차원의 로점장사 격려 정책도 있잖아!”
어느 날 장연이 조우함에게 진담 반 롱담 반으로 던진 말에 조우함은 인터넷사이트에서 파는 로점 진렬대를 검색해서 장연에게 보여주며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진지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일이 커졌구나.” 싶었지만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본격적으로 함께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본격적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준비는 없었다. 알리페이 플랫폼의 화베이(花呗)를 통해 대출 받은 800원을 창업자금으로 삼아 인터넷에서 자그마한 진렬대와 젤리빙수의 재료들을 구매했고 장연은 재료 구매를, 조우함은 젤리빙수 제작을 맡기로 역할을 나눴다. 장사 아이템으로 젤리빙수를 선택한 리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게 잘 팔릴 것 같고 평소에 그들 자신도 자주 사 먹는 인기 음식이였기 때문이였다. 사천의 대표적 여름음식 중 하나인 젤리빙수는 과일과 견과류, 젤리(果冻)를 주 재료로 사용해 쫀득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일부 업체에서는 삶은 팥을 넣어 한국식 팥빙수의 느낌을 내기도 한다. 사천의 간식이 여기서 통할가 걱정도 들었지만 시도해 보지 않으면 답을 모른다는 생각에 하기로 했다. 6월 21일 저녁 조우함과 장연은 공원 맞은켠 인도의 적당한 위치를 찾아 바퀴가 달린 진렬대에 음식재료들을 내려놓고 나란히 섰다. 그들만의 ‘첫 창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경험이 없이 몸으로 부딪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우랴. 저녁에 바깥활동을 나서는 시민들이 많을 거라는 계산에 저녁 식사가 끝나는 초저녁 시간대를 노려봤지만 결과는 예상과 빗나갔다. 류동인구는 많으나 오징어구이나 소세지구이 같은 ‘경쟁 적수’에 밀려 매출이 시원하지 않았고 과일과 같은 재료들은 보관기간이 하루를 넘지 못하는데 하루 분량을 다 팔고 가려면 귀가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하루이틀 하고 그만 두기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에 야간 시간대를 포기하고 소학생들의 오후 하학 시간대를 목표로 바꿨더니 이번에는 예상이 적중했다. 연길시 연하소학교, 리화소학교와 공원소학교가 공원과 멀지 않은 데다가 오후 2시 반부터 4시 반 사이에는 륙속 하학하는 학생들과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소비군을 형성했던 것이다. 야간 시간에 장사를 했을 때는 재료를 절반도 못 팔고 도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오후시간에만 하루 분량의 젤리빙수가 매진되여 저녁에 팔 량도 모자랐다. 알리페이 플랫폼에서 대출받은 800원의 창업자금을 진작에 반환했고 현재는 곧 다가올 소학교 방학을 대비해 주말 장사도 시작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시도하려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남들이 돈 버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부러워하고만 있었을 겁니다.” 대학생 신분에 하루 매출 200원이라도 엄청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그들, 해맑은 표정과 말투는 영낙없이 20살짜리 풋내기들이였다.
‘어떤 일을 하든 즐거움이 중요’
며칠 간의 ‘창업 경험’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자주 오는 단골 손님 가운데 한 소학생이 “학교 때 공부를 못해서 이런 장사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그들에게 질문하더란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천진하지만 당찬 어린 고객의 질문에 웃음으로 답해 줬다고 했다. “로점장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자신감과 행복감이 그 전보다 확실히 더해진 것 같아요. 큰 사업을 하든 작은 장사를 하든 가장 중요한 건 일을 즐겁게 마주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장연의 솔직한 생각이다.
그들의 단골손님 김모씨는 “애돼 보이는 학생들이 장사를 하는 것이 대견스러워 격려차원에서 사 먹었는데 이젠 지나다닐 때마다 사 먹게 됐습니다.”면서 “우리 때는 엄두도 못 냈던 길거리장사에도 뛰여드는 걸 보면 역시 요즘 시대 청춘들의 사고 범위와 추진력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고 감탄했다.
‘로점상은 매력적인 직업’
9월이 되여 개학을 맞게 되면 조우함과 장연은 장춘으로 가게 된다. 생애 첫 창업을 두석달 만에 접어야 하는 점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우함은 “아쉽지만 특별한 사회 경험을 해본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고 대답했다. 또 학교에 가서도 로점 경제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기회가 되면 다시 실천해보고 싶다고 했다.
“로점장사는 적은 밑천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가서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데다가 특히 요즘 전염병 확산 우려로 인해 취업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로점경제는 청년들에게 소 규모 창업이라는 자립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점경제를 잘 부축하면 어려운 시국도 극복할 수 있고 시장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가요?”
짧은 창업 려정 속에서 어느새 제법 어른스러운 생각을 정리해낸 조우함과 장연의 당찬 모습이 돋보이는 순간이였다.
/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