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어도 이른바 통찰이라는 것이 남지 않고 정작 써먹으려고 할 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일가?
빌 게이츠는 그 리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각난 상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암기해야 하는 무작위 정보리스트와 마찬가지라면 한쪽 귀로 들어와 한쪽 귀로 흘러나가버리게 된다. 왜 내가 로마에 대해 읽어야 하지? 왜 빅토리아 녀왕시대를 알아야 하지? 과학에는 왜 이렇게 종류가 많지? 지금 내가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1주일에 1권씩 읽는 다독가이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독서가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빌 게이츠의 기술부터 소개하면 이렇다.
지식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머리속에 개략도 즉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이 그림은 지식의 조각들이 서로 어떻게 어울리고 련결되는지 리해할 수 있는 뼈대가 된다. 개략도가 갖춰졌다면 머리속에 정보를 배치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은 시간흐름에 따를 수도 있고 지도의 형상을 따를 수도 있다. 아니면 가지치기처럼 하나의 개념에서 뻗어나갈 수도 있다. 그 공간에 최적의 방식으로 정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두가지를 강조하면서 빌 게이츠는 체스 선수들의 복기를 례로 들었다.
체스 마스터들은 말이 움직인 경로를 완벽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말을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체스 선수들에게 기억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 말의 위치는 단계적으로 쌓아올린 론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지식을 밑그림에 따라 질서 있게 련결하고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독서 후 복기가 가능하고 꺼내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빌 게이츠는 이런 기술을 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력사를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과학사를,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철학사를, 경제를 깊이 알고 싶다면 경제사를 공부하라는 것이다. 지식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돼왔는지를 안다면 각론에 깊이 들어갈 수 있고 각론들이 어떻게 련결되는지를 리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력사를 알아야 길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고 읽은 만큼 남길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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