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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나를 속인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0.09.24일 08:51



몇년 전 한 고중생이 미국 명문대인 하버드대학과 스탠퍼드대학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더우기 이 학생은 두 학교를 동시에 2년간 다닌 후 최종적으로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다닐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도 받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크게 이슈화되여 언론에 기사화됐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 모든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만 18세의 고중생이 가족, 친구들 뿐만 아니라 언론을 상대로 대담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학생이 앓고 있는 정신병례는 ‘리플리 증후군’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명칭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련재소설《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960년 작인 알랑 드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앤소니 밍겔라 감독의 1999년 작 《리플리》 역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리플리는 낮에는 호텔 보이, 밤에는 피아노 조률사로 치렬한 삶을 살아간다. 그는 우연히 선박 부호인 그린리프의 신뢰를 얻게 되고 이딸리아에서 무위도식하는 아들 디키를 미국으로 데려오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리플리는 디키를 만나기 전 재즈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등 디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한다. 리플리는 자연스럽게 디키에게 접근하고 그를 만나러 온 리유를 설명하지만 자유롭고 방탕한 생활에 익숙해진 디키는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리플리는 평생 써도 마르지 않는 재산, 아름다운 녀인 등 디키가 가진 모든 것에 동경심과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기도 상류층 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리플리는 디키가 거만한 태도로 자기를 무시하자 우발적으로 그를 죽인다.

그리고 자기가 디키인 것처럼 행동하며 동경해온 삶을 살아간다. 디키의 서명을 위조하여 그의 돈으로 피아노와 예술작품을 들여놓고 상류층의 삶을 흉내내며 살면서 더 이상 예전의 비루한 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자기의 초라한 현실을 감춰줄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게 된다.

리플리 증후군이 거짓말과 다른점은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자기가 얻게 되는 리득을 목적으로 하며 반복된 거짓말이 대개 심리적 불안과 죄책감을 야기하는 반면,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가 만든 허구를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정신적 증상으로 보통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이룰 수 없는 상위의 령역이나 자기의 사회적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환상 거짓말 혹은 병적 거짓말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리플리 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가?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환자들의 내면에는 자기애의 손상, 렬등감, 과도한 성취욕이 있다. 그들은 현재 자기의 능력으로는 스스로의 높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에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만의 허구세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환상 속에서 본인이 리상적으로 생각해온 신분, 인품, 능력을 만들어내며 문제를 해결하고저 한다.

리플리 증후군의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은 허구의 세계에서 성취감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으며 치료에 저항한다. 치료는 정신치료를 통해 현실 속에서 자기도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허구 속으로 숨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망상장애나 정동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된다면 약물치료도 필요하다.

우리는 성장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가족, 직장동료, 친구 등으로부터 인정, 공감, 승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에는 대학입학을 속인 고중생 사례 뿐만 아니라 학력, 경력, 지위를 속인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이는 외적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이 아닐가?

일반인은 거짓말을 하면 들통날가 불안해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사람은 불안감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의 머리속으로 만들어낸 환상이 실제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허구를 계속 믿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고 때로는 절도나 사기 같은 범죄도 저지른다.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니 스스로 거짓말을 믿게 되여버린 거다.

실제로 자기가 하지 않았는데 마치 그 일을 직접 한 것처럼 믿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가?

심리학자 아바나 토머스 등은 2002년 ‘상상’이 기억을 외곡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줬다. 연구팀은 ‘펜으로 종이에 이름 쓰기’, ‘연필 깍기’, ‘코에 숟가락을 올려놓고 중심잡기’, ‘비닐백에 발 넣기’와 같은 54개 행동목록을 만든 뒤 대학생 210명을 불렀다. 학생들에게 18개 행동은 직접 해보게 하고 18개는 상상만 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18개는 어떤 행동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음날에도 학생들을 불렀는데 이번에는 54개 행동중 일부를 상상으로만 해보라고 했다. 연구팀은 2주 뒤 학생들을 다시 불러 54개 행동리스트를 주면서 직접 해봤던 행동이 무엇인지 물어봤는데 여러 학생이 실제로 그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직접 해봤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이 실험은 우리의 상상이 기억을 외곡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플리 증후군이나 뮌하우젠 증후군처럼 새빨간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다만 때때로 우리의 기억이 외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 기억이 100퍼센트 맞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

기억은 누구나 틀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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