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과 싸이가 지닌 공통점은 모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장훈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기자와 만나 “노래 좀 제대로 배우려고 미국에 유학가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창에 대한 그의 고민은 공연 연출로 이어져 국내 대형 무대에서 선보인 특이한 볼거리는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장훈의 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 김현식에 대한 트리뷰트 음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을 통해 음악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켰습니다.
한 8년 전 쯤, 싸이와 노래방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1980년대 이후 국내 히트곡들을 줄줄이 읊었습니다. 막 퇴근한 회사원처럼 가사나 음정에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노래를 불러젖힌 그는 “지금 부른 노래만으로 리메이크 음반 한번 만들고 싶다”며 대단한 의욕을 내비쳤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두 사람에 대해 가창력을 논하지는 않습니다. 김장훈과 싸이의 무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 때문입니다. 김장훈은 여전히 식지 않은 헤비메탈식의 가창과 발차기로, 싸이는 악을 쓰는 가창과 20대 댄서 못지 않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힘을 소진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합동 공연 ‘완타치’는 3년간 모든 공연을 누르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가창’에만 있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낙천적으로 해석하려는 긍정적 마인드와 불가능한 일이라고 남들이 생각하는 순간, 가능하도록 일에 몰두하는 집중력은 두 사람만이 지닌 전매 특허입니다.
싸이는 2001년 대마초와 2007년 군 재입대 등 여러 시련을 겪고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되레 좋은 음악과 춤으로 대중에게 진 빚을 갚았고, 무대에선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했습니다. 그가 최근 ‘강남 스타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갑자기 튀어나온 좋은 히트곡의 출현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여전히 정열의 화신이라는 사실이 음악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김장훈이 8·15 광복절을 기념해 울진에서 독도 수영 횡단에 나선 것은 때마침 찾아온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뮤지션의 사회적 책무’라는 기치 아래 그가 묵묵히 수행해온 열정의 결과물입니다. 기부를 실천하고, 독도에 관심을 갖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다니는 그의 행적은 이제 ‘특별한 포즈’가 아닙니다.
대개 연예인들의 에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그것은 넘칠까봐 되레 걱정이 될 만큼 단단한 뒷심을 자랑합니다. 두 ‘꽃중년’의 열정 때문에 대한민국이 모처럼 생기를 얻었습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사진 =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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